[불교신문]
범어사 찾은 로시 조안 할리팩스 "연민의 실천은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
입력 2024.10.01 10:25 호수 3840 기자 유지호 부산지사장
2024 국제선명상대회 범어사 선명상 축제
조계종과 범어사는 9월30일 범어사 선문화교육관 대강당에서 ‘2024국제선명상대회 범어사 선명상축제’를 개최했다.
한국불교의 선(禪)명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2024국제선명상대회의 열기가 불도 부산에서도 이어졌다.
조계종(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선찰대본산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정오스님)는 9월30일 범어사 선문화교육관 대강당에서 ‘2024국제선명상대회 범어사 선명상축제’를 사부대중 400여명이 동참한 가운데,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 우파샤 선센터’ 설립자인 로시 조안 할리팩스 선사를 초청해 '죽음이 있기에 아름다운 삶:죽음명상'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선명상축제는 사단법인 싱잉불치유의 소리의 싱잉볼 명상에 이어 범어사 주지 정오스님 환영사,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 인사말, 로시 조안 할리팩스 강연,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강연에 앞서 범어사 주지 정오스님은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부정하는 대신 이를 깊이 명상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삶은 더욱 충만해지고 아름다워 질 것이다"며 "이번 강연을 통해 죽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삶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죽음이 있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더욱 값어치 있고 소중한 시간들이 된다”며 “오늘 강연을 통해 여러분에게 큰 깨달음과 마음속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은 “선명상은 간화선의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주춧돌이고, 우리는 선명상을 통해 마음을 단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간화선의 문을 열어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국제선명상대회가 모든 국민과 불자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수행에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원하며, 여러분이 각자의 길에서 더욱 깊은 깨달음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시 조안 할리팩스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인종 학살, 레바논에 대한 폭격, 수단에서 일어나는 비극, 그리고 미얀마에서의 고난,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무시할 수 없고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생각하면, 제 마음이 무겁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로시 조안 할리팩스는 1200년 전 중국 당나라 시대 반란으로 인구의 2/3가 기근과 질병으로 사망할 것을 설명하며 “불교 수행자들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무상한지를 알고 있고, 국가가 망하고, 우리도 죽는다”며 “지구상 모든 것이 사라지며, 언젠가는 태양조차도 사라질 것이고 동시에 새로운 생명과 존재가 탄생하고 있다”고 변화와 멸함을 설했다. 이어 “이 깨달음은 고통과 마주했을 때 매우 유용하며, 죽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들의 고통을 목격하며 연민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보살의 길이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들과 함께 고통 속에 있음을 깨닫고, 이 고통 속에서 변화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시 조안 할리패스는 연민심과 고통에 관해 강조하며 “이 세상은 지금도 수많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전쟁과 폭력, 가난과 차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할 수 있으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을 열고, 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보살의 길이다”며 “저는 여러분 모두가 연민심을 실천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고 당부했다.
싱잉볼 명상.
환영사를 하고 있는 범어사 주지 정오스님.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명상을 실참하고 있는 사부대중.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강연을 메모하고 있는 사부대중.
질문을 하고 있는 참석자.
정토마을 능행스님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강연장 모습.
AI고민상담소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불자.
강연 후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정여대종사가 로시 조안 할리팩스에 선서화를 선물했다.
■ 로시 조안 할리팩스 강연요지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존경하는 스님들, 그리고 이 행사를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생각하면, 제 마음이 무겁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인종 학살, 레바논에 대한 폭격, 수단에서 일어나는 비극, 그리고 미얀마에서의 고난이 있다.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여러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이는 환경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들뿐만 아니라, 전쟁, 폭력, 인종차별, 성차별 등 여러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과 관련된 문제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많은 분들이 참여 불교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저는 1960년대 중반부터 명상 수행을 해왔으며, 틱낫한 스님을 통해 불교를 처음 접했다. 그 이후로 저는 현대 명상 수행의 맥락에서 활동해왔다.
제가 해온 일들은 주로 죽어가는 사람들, 교도소에 갇힌 이들, 그리고 노숙자 등 사회의 약자들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 서며, 약 1200년 전 중국 당나라 시대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반란으로 인해 인구의 3분의 2가 기근과 질병으로 사망했으며, 그 당시의 시인들이 이 비극을 기록한 시들이 있다.
이 시들 중 하나는 “춘망(春望)”이라는 제목의 시로, 그 첫 구절은 "나라는 망해도 산천은 그대로이니"이다. 이 시는 나라가 망해도 자연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분들, 불교 수행자들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무상한지를 알고 있다. 국가가 망하면, 우리도 죽는다. 지구상 모든 것이 사라지며, 언젠가는 태양조차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생명과 존재가 탄생하고 있다. 이 변화와 멸함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깨달음은 고통과 마주했을 때 매우 유용합니다. 죽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들의 고통을 목격하며 연민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보살의 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들과 함께 고통 속에 있음을 깨닫고, 이 고통 속에서 변화를 허용해야 한다.
저는 죽어가는 사람들, 노숙자, 교도소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해 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우리가 고통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을 때,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변화와 성장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 연민심을 통해 고통받는 이들을 도울 수 있다.
이 연민심은 불교 수행의 핵심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고통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고통을 인식하고 그 고통에 대해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이론적 가르침이 아니라, 실천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있는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을 직시함으로써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고통을 직시하는 것이 어렵고 두려울 수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연민심을 키우고, 우리가 진정으로 보살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단계이다.
저는 지금도 죽음을 앞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것은 그들의 고통과 고독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사랑과 연민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겪는 고통은 단순히 육체적인 고통을 넘어서,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고통을 포함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연민심을 통해 위로와 평안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저는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과도 오랜 시간 함께 해왔다. 그들 중 다수는 세상이 그들을 외면한 채 잊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도 인간이고, 그들도 고통 속에서 구원을 찾고 있다. 우리의 연민심은 그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출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연민심이 그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수행하는 모든 일은 '함께하는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고통을 마주하고 함께 나눌 때, 우리는 진정으로 한 몸이 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불교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여러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고통은 불교에서 말하는 '고성제'(苦聖諦)로, 모든 존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불교는 이 고통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연민심을 키우는 길을 가르친다.
연민심의 핵심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것이다. 보살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만의 깨달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고통에 응답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고통을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죽음과 같은 삶의 근본적인 고통이 더 이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한다. 저는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이 느끼는 고통, 특히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연민이라는 것이다. 육체적인 고통을 넘어선 심리적 고통이야말로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또한, 저는 교도소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해왔다. 그들 중 다수는 사회에서 외면당한 이들이지만, 그들도 인간이고, 그들도 고통 속에서 구원을 찾고 있다. 사회의 편견과 외면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우리가 그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완화될 수 있다. 우리의 연민심은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서로 연결된 존재이다. 한 개인의 고통은 결코 그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우리가 함께 나눌 때 그 고통은 희미해지고,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진다. 불교는 이러한 함께하는 삶을 강조한다. 모든 존재가 연민과 자비로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여러분, 이 세상은 지금도 수많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전쟁과 폭력, 가난과 차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할 수 있으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을 열고, 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보살의 길이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연민심을 실천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시길 바란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끝으로 여러분의 가정과 삶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 로시 조안 할리팩스는
호스피스 및 임종 돌봄 분야 선구자. 의료 인류학자이자 임종 돌봄 의료 분야의 선구자인 로시 조안는 ‘미국 참여 불교의 대가’이다. 1942년생인 할리팩스는 1973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종합대학인 유니언인스티튜트&유니버시티에서 의료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버드대 신학대학과 의과대학, 조지타운대 의과대학 등에서 죽음에 대해 교육했다.
1990년 미국 뉴멕시코 주 ‘산타페 우파야 선 센터’를 설립하고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보살피는 의료진 및 돌봄자들을 위한 ‘죽음과 함께하는 삶’ 프로젝트를 창설했다. 우파야 프리즌 프로젝트 및 노마드 클리닉 설립자이고 호스피스 및 임종 돌봄 분야 선구자이다.
할리팩스는 1970년대 숭산스님의 제자로 가르침을 받고, 이후 틱낫한 스님으로부터 법등을 전수받았다. <죽음을 명상하다> <연민은 어떻게 삶을 고통에서 구하는가>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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