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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화쟁 공모작⑤_2023 갈등해결 성공사례 수기]<화쟁위원회 부위원장상> 화쟁, 인류의 평화를 위한 정신
2024-03-18 조회 23

[화쟁 공모작] 화쟁, 인류의 평화를 위한 정신


조계종 화쟁위원회 2023 갈등해결 성공사례 수기
 화쟁위원회 부위원장상 김○○ 씨

초등학생 학부모로 만난 엄마들
나은 교육환경 만들려 함께 노력
배려하고 양보하며 조율도 잘돼

어느 날 두 엄마 의견 차로 대립
교육방향성 두고 감정싸움 번져
탈퇴 언급에 모임 와해될 위기도

갈등대상 한자리서 속마음 확인
서로 진심어린 사과로 마음 녹여
갈등 상황 겪어도 화쟁행자 되자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같은 반 학부모로 만난 여섯 명의 엄마들이 모여 모임을 결성했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만나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며 자녀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을 정해 각자의 전공을 살려 품앗이 교육을 하기도 하고, 주말이나 방학 때는 함께 견학이나 체험활동을 다니며 친분을 쌓았다. 서로 성격은 다르지만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한 덕분에 의견 조율이나 화합이 잘 이루어졌다. 이는 곧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임에서 두 엄마가 아이들 교육 방향성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였다. 처음에는 자신의 말이 옳고 상대의 주장은 틀렸다며 말다툼을 벌이다가 부지불식간에 큰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조화롭던 모임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두 엄마가 갈등 관계에 있다 보니 여섯 명이 모두 모이는 횟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아이들의 교육상 중요한 논의를 하기 위해 만난 날조차도 분위기가 얼어붙어 최상의 결론을 도출해 내기가 어려웠다.

급기야는 두 엄마가 토론 중에 다시 감정싸움을 하며 언성을 높였고, 두 사람 모두 감정이 격해져 모임에서 빠진다는 얘기까지 내뱉고 말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임 자체가 와해될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면 두 엄마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고 모임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10여 년 전 화쟁리더십아카데미에 참여했을 때 배웠던 ‘화쟁(和諍)’이 생각났다. 화쟁은 대립과 갈등을 봉합해 화합으로 이끈다는 불교 사상으로, 불교계에서는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화쟁을 화두로 제시하기도 했었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화쟁의 리더십과 소통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집단이나 갈등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갈등의 종류는 집단마다 다르지만, 갈등의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화쟁리더십아카데미에서 배운 바로는 겉으로 드러난 논쟁들 대신 서로의 속마음이 어떤지를 알아보는 것이 갈등을 해결하는데 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나는 갈등을 겪고 있는 엄마들을 따로 만나 각자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다행히 두 엄마 다 감정적으로 말을 내뱉었을 뿐 진심으로 모임에서 빠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나는 두 사람에게 우리 모임이 조화롭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감정을 걷어내고, 서로 대립되는 의견을 조금씩 양보해 공통의 합리적 이익을 도출해 내는 화쟁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 대화로써 바람직한 해답을 찾자고 제안했다. 갈등 상황에 놓인 엄마들이 모두 화쟁행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는 갈등 당사자인 두 엄마를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중재자인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시비를 가리지 않고, 그럴듯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다만 두 엄마에게 “갈등은 이유 없이 발생하지 않고, 저절로 사라지지도 않으니 화쟁의 방식으로 풀어요.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지혜를 모아서 푸는 게 중요해요”라며 화쟁소통법을 설명해주었다.

갈등 상대를 적으로 보거나, 혹은 무조건 참고 양보하는 것도 옳은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되 본인의 생각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납득이 될 때까지 자세히 물어보라고 덧붙였다. 관계 속에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주관적으로 해석하면 상대방이 말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불통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두 엄마 사이에서 감정이 조금 고조된다 싶을 땐 잠시 대화를 멈추고 각자의 시간을 갖게 한 뒤 다시 모여서 논의하도록 중재했다. 긴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두 엄마 사이에서 생긴 갈등도 실제 의도나 속마음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감정만 커져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것이다.

다행인 점은 내가 옳으면 상대방도 옳을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하면 다툼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온다는 걸 두 엄마 모두 깨닫게 됐다는 사실이다.

감정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 두 엄마에게 나는 “우리는 갈등 상대한테 진정성 있는 사과를 듣고 싶어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제대로 사과를 하지 못해요. 그래서 갈등이 더 커지는 경우가 많죠”라고 설명하며 서로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두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서로에게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며 사과를 건넸다.

두 엄마 사이의 갈등이 마침내 해결되었을 때는 내가 공부하고 깨달았던 화쟁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화쟁리더십 덕분에 분쟁이 화해로 바뀌어 이전보다 더 화목하고 건강한 모임이 될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언제, 어디서 갑자기 불길이 활활 타오를지 알 수 없는 전쟁터와 같다. 싸움과 갈등이 없는 곳은 없다. 갈등이 만연한 역사 속에서 불교의 화쟁은 인류의 평화를 위한 정신으로 평가 받는다.

화쟁은 집단 내에서의 갈등을 풀어줄 수 있는 최고의 해결책이다. 다른 이와의 의견 차이를 배타적인 차별과 대결로 연결시키지 않고, 화해로 돌려놓는 지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관계에서든 갈등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다만 갈등을 겪고 논쟁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다들 화쟁행자가 되어 자신을 성찰하고, 상대와 소통하는 너른 마음을 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화쟁위원회가 공모한 수기는 개인적인 갈등 상황이 담겨 있어 익명으로 게재합니다.


-현대불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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