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결 사
大韓佛敎 曹溪宗 제5대 宗正 西翁堂 尙純大宗師님.
무릇 金佛은 용광로를 지날 수 없고, 木佛은 아궁이를 피할 수 없으며, 土佛은 물을 지나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絶世超倫之士는 마치 電光石火와 같고 疾風怒濤와 같아서 생사의 그물에 걸리지 않으니 大宗師가 바로 이와 같은 어른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大宗師께서 문득 스스로 裟婆의 因緣을 거두시고 大涅槃에 드시니 日月은 失色하고, 大地는 震動했으며, 萬物은 어찌할 바를 몰라 戰戰兢兢하고 있습니다. 이는 大宗師께서 韓國佛敎에 끼친 功德의 그림자가 너무나 깊고 그윽하기 때문입니다.
西翁堂 尙純大宗師님.
대저 掣電之機를 頓得한 大底漢의 자취는 구름이 霹靂과 閃光을 일으켰다가 사라지듯 놀랍고 두려운 것입니다. 大宗師께서는 92년의 光陰동안 걸어간 길이 또한 그러합니다. 大宗師께서는 일찍이 근세불교의 큰 별인 曼庵老和尙 문하로 出家하여 비록 말을 하지 않아도 하늘이 四季節을 있게 하고, 비록 자랑하지 않아도 땅이 萬物을 자라게 하는 理致를 배워 터득하셨습니다. 大宗師께서는 이에 만족하지 않으시고 留學과 結社로 더욱 精進한 끝에 드디어 白巖山을 거꾸로 타고 늠름하게 歸鄕하시니 六祖의 衣鉢과 臨濟의 玄義는 西翁堂에 이르러서 더욱 幢竿을 높이 세웠습니다.
그리하여 大宗師께서는 나무가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그 꽃이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맛 들어서 萬物에 滋養이 되는 道理를 가르치기 위해 開堂하시니 無門關과 桐華寺, 鳳巖寺와 白羊寺가 그곳이었습니다. 隨處作主와 無位眞人을 懸板하고 時時로 棒喝을 써서 눈 먼 자 눈을 뜨게 하고, 귀 먹은 자 귀를 열게 하셨으니 실로 大宗師의 法乳에 恩澤을 입은 法侶가 四海에 넘쳤습니다. 이에 宗團은 大宗師의 法杖에 무릎을 꿇고 宗正으로 推戴하니 이로부터 日月은 더욱 밝게 빛나고, 바람은 더욱 온 누리를 淸凉하게 하였습니다.
大宗師께서는 이렇게 傳佛心印하시고 扶宗樹敎하신 공덕이 無量無邊하셨으나 그 속살림은 너무나 조촐하셨습니다. 大宗師의 관심은 오직 ‘참사람’ 만드는 것에만 있을 뿐, 朋黨이나 雜事에는 無關했습니다. 諸方의 雲衲이 이런 大宗師에게 最極의 尊敬과 欽慕를 奉獻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癸未歲를 보내며 宗門은 破天裂地의 충격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諸方叢林을 이끌어 주시던 善知識들께서 약속이나 한 듯 어깨동무를 하고 西方으로 떠나시니 宗徒들의 슬픔은 白浪滔天의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더욱이 오늘은 大宗師마저 이렇게 忽然히 떠나시니 이제 우리는 누구를 믿고 따라야 할지 蒼慌亡措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이제야 저희들은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큰스님들께서 이렇게 裟婆因緣을 버리는 것은 ‘모든 것이 쉬지 않고 변하는 것이니, 無常空身에 執着하지 말고 常勤精進하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 저희들은 이렇게 옷깃을 여미고 大宗師께서 이렇게 와서 이렇게 가는 모습을 目睹하면서 大宗師께서 남긴 마지막 法門을 듣고 있습니다.
大韓佛敎 曹溪宗 제5대 宗正 西翁堂 尙純大宗師님
大宗師께서 평생을 한밤중 밝은 달이 되어 天地를 밝히시고, 石火를 일으켜 正과 邪를 辨別해주셨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四部大衆은 大宗師의 眞位 앞에 永訣의 香을 피워놓고, 삼가 머리를 조아려 歸敬의 稽首禮를 올리나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법 장 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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