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주요소식

전국사찰 2천여 스님들 동안거 시작
2003-11-06 조회 2,271

전국사찰 2천여 스님들 동안거 시작

法傳 宗正 猊下 癸未年 동안거 결제 법어 발표

좌선


1. 대한불교조계종 법전 宗正 猊下는 11월 8일(음력 10월 15일) 癸未年 冬安居 結制日을 맞아 전국의 修行衲子들을 분발토록 격려하는 동안거 결제 법어를 발표하였습니다.


2. 安居란 동절기 3개월(음력 10월 보름에서 차년도 정월 보름까지)과 하절기 3개월(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씩 전국의 승려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몰두하는 것으로, 부처님 당시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국불교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계미년 동안거 결제는 하루전날인 7일(금) 저녁 결제대중들이 모인 가운데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하고, 8일(토) 입제 당일 오전 10시 30분경 방장스님 등 큰스님을 모시고 결제법어를 청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4. 대한불교 조계종에서는 매년 전국 90여 개 禪房에 2천백여명의 首座스님(참선수행에 전념하는 스님)이 房付(안거에 참가하겠다는 신청 절차)를 들여 수행하고 있으며, 지정된 선방 이외에 토굴이나 일반사찰에서도 이 기간 동안에는 모든 스님들이 수행자로 돌아가 수행에 매진하게 됩니다.

또한 결제에 참석하지 못하는 불자대중들 또한 나름대로의 수행방법과 기간을 정하여 수행에 전념하게 됩니다. 90개선원은 총림선원 5, 비구선원 50, 비구니선원 33, 기초선원 1, 국외선원1(하와이 무량사 태평선원) 등입니다.


5. 이번 동안거 결제 기간동안 경북 봉화 각화사 태백선원에서는 30여 대중이 지난 임오년(2002년) 동안거 결제부터 시작한 “15개월 15시간 가행정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지난 동안거 실상사의 ‘금강경’ 결제와 하안거 동화사 ‘화엄경’ 결제에 이어, 또다시 지리산 실상사에서 성철스님의 ‘백일법문’을 가지고 간경결제를 계속합니다.


6. 이 외에도 크고작은 선방과 토굴에서 정진하는 대중들이 있으며, 전국사찰의 스님과 신도들이 동안거를 맞아 시민선원 참여 등 다양한 형태로 수행에 정진할 계획입니다. 그 외 조계종 교육원에서 외국인 기초선원으로 지정한 화계사 국제선원, 논산 무상사, 강화도 연등국제선원에서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 스님 및 재가수행자들 약 60여명이 동안거 결제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2547(2003) 계미년 동안거 결제법어


도림 종정예하백운영리소가가 白雲影裏笑呵呵하니 양수지래부여타 兩手持來付與他로다
약시금모사자자 若是金毛獅子子인데 삼천리외견요와 三千里外見譊訛하리라
흰구름 그림자 속에서 깔깔대고 웃으니
두 손으로 들고 와서 그대에게 전해 주었네.
만약 황금털을 가진 사자새끼라면
삼천리 밖에서도 어려운 곳을 알아차리리라.

금우金牛화상이 항상 공양 때가 되면 밥을 들고서 큰방 앞에 가서 춤을 추고 깔깔 웃으며 말했습니다.
“납자들이여! 밥을 먹으러 오라.”
뒷날 어떤 납자가 장경혜릉長慶慧稜선사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고인이 말한 ‘납자들이여! 밥을 먹으려 오라’고 한 뜻이 무엇입니까?”
“마치 재齋를 마친 후에 경하慶賀하며 축원하는 것과 같느니라.”

나중에 그 납자가 또 대광거회大光居誨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장경이 재齋를 마친 후에 경하하며 축원하는 것과 같다고 한 뜻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대광스님이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자 그 납자가 대광스님에게 절을 하였습니다.
“너는 무엇을 보았기에 나에게 절을 하는가?”
이에 그 납자가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자 대광스님이 말했습니다.
“이 앵무새같이 흉내나 내는 멍청한 놈아!”

아침에는 죽을 먹고 한낮에는 밥을 먹는 것이 우리의 살림살이입니다. 이는 해제이건 결제이건 봄이건 가을이건 변함없는 선가의 일상생활이기도 합니다. 조사선祖師禪의 생명은 일상성입니다. 그래서 늘 마조馬祖선사는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고인들은 공양을 앞에 두고서도, 또 함께 먹으면서도 서로의 기봉機鋒을 겨룰 때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금우스님이었기에 같은 마조회상에서 공부하고 있던 방거사龐居士에게도 한 소리를 합니다.

금우스님이 밥을 나누는 진지를 하면서 방거사에게 물었습니다.
“마음에 경계를 일으켜 밥 받는 것을 이미 유마거사가 꾸짖었다. 가섭존자가 부자를 버리고 가난한 집만 복을 짓게 해주려고 골라서 탁발을 다닌 이 이치를 벗어난 거사는 만족스러운가?”
“그것을 꾸짖은 유마가 어찌 본분종사가 아니겠는가?”
이에 선사가 물었습니다.
“그 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러자 거사가 말했습니다.
“밥이 입가에까지 왔다가 다시 남에게 빼앗겼도다.”
이에 금우스님이 얼른 진지를 계속하였습니다. 그러자 방거사가 말했습니다.
“한 마디도 필요치 않구나.”

반야의 보검을 종횡으로 휘두르니 그 칼날 앞에 언어가 끊어지고, 밝은 거울을 높이 걸어두니 언구言句 속에서 비로인毘盧印이 나옵니다. 평온하고 고요한 경지에서 옷입고 밥 먹으니, 신통력 부리는 곳에 무엇 때문에 머물겠습니까? 이런 이치를 분명히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 이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그 때마다 삼십방망이를 맞아야 할 것입니다.
밥만 축내는 납자가 아니라 공부하는 납자임을 눈 밝은 이는 알아 봅니다.

‘금우반통金牛飯桶’ 공안의 주인공 금우선사는 마조선사의 법을 이은 대선지식입니다.
그는 점심 때가 되기만 하면 공양통을 들고서 승당 앞에서 춤을 추고서 껄껄대며 말하였습니다.
“납자들이여! 밥을 먹어라.”
이같은 소리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줄곳 20년 동안 하였던 것입니다. 언제나 공양 때가 되면 항상 종을 치고 목탁을 두드리는 것도 밥 때를 알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 시간에 공양통을 들고 와서 숱한 재주를 피우고 있는 것이겠습니까?
금우스님이 미친 것입니까? 아니면 법문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렇게 해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한 것입니까?
이에 대하여 장경스님은 ‘마치 재齋를 마친 후에 경하慶賀하며 축원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고, 대광스님은 그 말을 듣고서 춤을 추었습니다. 그렇다면 장경과 대광이 고인의 뜻을 제대로 함께 밝힌 것입니까?

금우스님이 손수 밥을 짓고 춤을 추면서 사람들에게 밥을 먹으러 오라고 한 뜻이 참으로 무엇인지 알겠습니까?

이번 철의 결제대중은 정진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발우를 펴고 공양을 하면서도 늘상 이 화두를 놓치지 말고 항상 참구하시기 바랍니다.

대이공양도승당 待伊供養到僧堂하야 륵하삼권막막교량 肋下三拳莫較量이어다
보청무시제박수 普請舞時齊拍手하니 불연과립막승당 不然顆粒莫承當이리라
밥을 들고 큰 방 앞에 이르렀을 때
옆구리를 세 번 때려 분별치 못하도록 하라.
여럿이 춤출 때 모두가 손뼉을 쳐라
그렇치 않으면 낟알 한톨도 얻어먹지 못하리라.

불기 2547(2003). (음) 10. 15

계미년 동안거 결제일 조계종 종정 도림 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