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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단청문화 학술토론회 금강산서 개최
2003-07-31 조회 2,663

전통 문양 보존 및 안료 개발 시급 '한 목소리'

남북 단청문화 학술토론회 금강산서 열려


사찰 단청을 주제로 한 문화재 관련 사상 첫 남북 학술토론회가 지난 7월29일 오후 3시 북한 금강산 김정숙휴양소에서 열렸다. 조계종 민족공동체 추진본부(이하 민추본)와 조선불교도련맹 중앙위원회(이하 조불련)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학술토론회에서 남북 양측의 대표단은 중요한 민족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인 단청의 원활한 기술교류를 통해 민족동질성을 회복하고 통일을 앞당기자고 다짐했다. 학술토론회와 함께 남북 사찰의 단청문화 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전시회도 열려 의미를 더했다. 학술토론회 및 전시회에는 남측 단장인 민추본 상임 집행위원장 학담스님,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탁연스님, 문화국장 심원스님과 함께 북측 조불련 부위원장 황병준 대선사, 심상진 서기장을 비롯한 남북 단청전문가 및 불교학자 50여명이 참여했다.


단청은 사찰을 위시한 전통 목조건축물에 그려진 청 적 황 백 흑 오채로 그려진 여러 가지 도안이나 벽화로 삼국시대부터 불교건축의 핵심적인 상징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사찰뿐만 아니라 궁궐건축이나 유교 건축물인 향교나 서원에도 활용되는 등 사찰 단청은 전통 단청의 중심에 자리잡고 우리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학술토론회에 참가한 남북의 전문가들은 단청의 온전한 계승 및 전수는 불교문화 발전을 토대로 민족문화의 발전을 이루는 커다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서 △단청의 전통문양 채록 및 보존 △단청 안료 개발 △전문가 양성에 매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청과 한국불교문화'를 주제발표한 남측의 정병삼 교수(숙명여대 한국사학과)는 "4세기부터 고구려 고분에 시설되기 시작한 우리의 단청 문양은 인간 의식의 반영이며 정신활동의 소산으로 우리 민족의 가치 감정이 표현된 것"이라며 "다양한 용도의 문양을 찾아내 그 원형을 모아 보존하는 것은 현대에 어울리는 도안을 창조하는 기반이 된다"고 밝혔다. 북측의 한용걸 부교수(평양건설건재대학 과학연구소 실장)도 "단청의 원상기준을 바로 설정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옛 단청의 계승과 발전을 위한 북남의 공동과제'를 발제한 한 교수는 "많은 경우 탈색된 다음 재단청을 하면서 이모저모 달라지는 것이 적지 않다"며 "이런 편향을 제때에 막고 바로 잡으려면 매 유적건물들에 대한 옛 단청기준도안을 만들어 놓고 그대로 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술토론회의 또 하나의 주안점은 옛 원형을 복원하는 것과 맞물려 단청을 그리는 안료를 옛것 그대로 따르는 일도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에 와서는 생산이 중단된 품목이 있는 동시에 새로 개발된 품목도 적지 않은 데다 화원들 개개인이 안료를 직접 배합해 쓰기 때문에 몇 종류의 채색은 변화를 나타내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 전통에서 빗나가고 있다. 색상의 선명도는 낮지만 피복력과 내광 내열성이 강해 쉽게 변색되지 않는 천연 안료의 보급이 절실하지만 구하기가 어렵다. 일부 안료(양록)는 높은 환경오염도로 인해 생산은 물론 수입까지 중단된 형편이다. 요즘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안료는 대부분 화공안료로 내구성이 떨어지며 퇴색이 쉽게 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임영주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은 "우리 전통 석채 안료를 직접 생산하고 제작해 사용함으로써 국보 보물급 건축문화재들과 북쪽의 건축문화재들도 옛 모습을 찾게 되어 문화재 보존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균 문화재청 전문위원도 "자연 안료에 버금가는 신재료의 꾸준한 발굴과 이를 통한 대체 안료를 개발해 널리 보급하는 일이야말로 한국 단청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한 안료 자체의 부족과 배합기술 미흡으로 복원에 난항을 겪고 있는 북측도 안료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북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학술토론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민족문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청이 불교사찰의 가장 핵심적인 상징이자 전통건축의 정수라고 여긴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2001년 8월22일 단청문화재 부문 학자와 전문가들로 조사팀을 꾸려 전국 단청유적을 현지답사하면서 원상보존대책을 지시한 바 있고 작년 6월과 올해 2월에는 함남 고원군 량천사와 평북 박천군 심원사 단청을 직접 관찰하며 보존대책을 일일이 지시하는 의욕을 보였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안료를 구할 수 없는 데다 기법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북측은 이번 기회를 통해 남측의 안료와 노하우를 전수받을 계획이다. 남북의 단청전문가들은 8월5일부터 한달간 평양 법운암에서 단청을 직접 시연하면서 구체적인 기술교류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학술토론회에 앞서 오전 10시에는 단청문화 전시회가 열려 남북 단청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남측은 통도사 송광사 천운사 봉정사 등에 시설된 단청자료 43점을 선보였으며 북측은 성불사 양화사 귀진사에 봉안된 단청 사진자료와 함께 모사한 도안 35점을 들고 나왔다. 특히 북측이 세밀하게 베낀 단청도안은 그 정확함과 성실성으로 남측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탁연스님은 "이들의 단청 복원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 헤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오랜 역사를 지닌 단청과 불교를 기반으로 수천년간 서로가 단일민족으로 같은 땅에서 살아왔으며 이번 학술교류가 민족화해로 가는 게기가 될 것으로 인식했다.

황병준 대선사는 "오늘의 학술토론회 및 전시회는 단일민족으로서 우수한 역사문화를 같이 만들어 왔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이번 행사가 나라의 자주적 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담스님은 "이번 단청토론회가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민족 정체성을 살리고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부처님의 자비와 화쟁사상으로 통일을 어서 이루자"고 답했다. 양측은 서로의 단청자료를 전달하며 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