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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살리기 3보1배
2003-05-27 조회 1,984

새만금살리기 3보1배



새만금개펄의 보존을 호소하며 사투중인 3보1배(3步1拜)의 행군이 주는 호소력은 적지 않다. 수경 수님을 비롯한 4대종교의 성직자와 뒤따르는 행렬은 지난 3월28일 해창개펄을 출발한 이래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의식을 거듭하며 300여㎞를 거슬러 지난 23일 서울에 도착했다.


불가(佛家) 의식인 '3보1배'의 3보는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 등 중생을 괴롭히는 3독(毒)을, 1배는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의 서원을 각각 상징한다. 아마도 행렬에게 3보는 개발의 이기심과 무심(無心), 1배는 생명의 경외와 하심(下心)의 몸짓으로 표출됐을 것이다.


지난 3월 수경 스님이 해창∼서울 305㎞의 3보1배를 결심했다는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은 그 무모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중무장한 골리앗과 맞서 돌팔매질한 다윗의 철없음이거나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을 대주라'던 예수의 설교가 절로 떠오를 만큼 우언(愚言)으로 들렸던 것이다.


그러나 행군거리 284㎞ 돌파, 총 10만여 차례의 절, 무릎에서 피고름을 짜낸 고행, 휠체어 진군 등의 소식은 거짓말처럼 시시각각 전해져왔다. 이도 모자라 행렬은 말문마저 닫아버린 채(默言) 지난 26일 국회의사당 앞에 섰고, 오는 31일 청와대를 마주한 도심광장에 들어선다.


3보1배의 메시지는 이러한 수치와 에피소드를 넘어선 곳에 있기에 더욱 울림을 크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행렬은 흔한 구호 한번 입에 담지 않은 철저한 비폭력성과 걷고 엎드려 절하는 반복되는 속죄의식만으로 잊혀져가던 새만금문제를 단박에 여론의 중심으로 옮겨다놓았다.


아무런 목소리도 주의.주장도 없는 그것은 개발론자들의 대응을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두발을 땅에 디딘 채 빳빳이 고개 들고 서 있는 무심한 범인(凡人)들마저 부끄럽게 만든다.

<자료출처: 연합뉴스>

쓰러진 수경스님

국가의 거대한 개발논리에 맞서서 삼보 일배(三步一拜)를 하던 ‘부처’가 마침내 쓰려졌다. 서울을 코앞에 두고 55일만에 쓰려진 것이다. 늘 꼿꼿하고 강단진 스님의 얼굴이 겹쳐지며 그동안 사람들의 전해준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꺽여진 무릎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몸을 비척대며 괴로워하는 육신을 바라보는 그의 두눈은 무척 깊고 맑았다. 너무도 평화로웠다. 주위를 뿌리치며 한발이라도 더 걸으려던 그가 마침내 의식을 잃었다. “스님! 그를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오열이 터져 나왔다. 응급실로 실려가는 스님의 입이 달싹였다. “아직 멀었는데. 병원에 갈 필요 없는데. 조금만 쉬면 되는데…”

세 번을 걷고 한번 절하고. 세 번을 걷고 한번을 절하고. 누구를 위한 걸음인가. 그 무엇을 위한 절인가. 첫 시작부터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가차없는 걸음을 시작했다. 어깨와 무릎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걷고 절을 했다. 싸늘했다. 싸늘해도 너무 싸늘했다. 몇몇 환경단체관계자들을 제외하곤 관심이 없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인가라며 생각하기도 했다. 하긴 ‘우리집안 식구’(불교계)들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무덤덤’했다. 성당에서도 자고 민간에서도 자고 하루 이틀 10일, 20일 서울이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부끄러워 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관도 오고 시인도 왔다. 별로 달갑지 않았다.

어느날 이었다. 동네 아낙이 그들을 알아보았다. 절을 꾸벅한 그 아낙이 부리나케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얼마 안되지만 잡수이소”하며 먹을 것을 내놓았다. 길가던 차량도 그들을 알아보았다. 차문을 열고 내려와 함께 걸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져 관계자들에게 ‘미안해’하며 작은 정성을 보탰다. 힘이 솟았다. 그를 짓누르던 알 수 없는 불안감도 사라지고 어깨와 무릎도 가벼워졌다. 백두대간을 짓누르듯 완고했던 대중들의 마음속에 새만금과 환경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었다.

순례단을 방문한 김지하 시인이 말을 보탰다. “새만금은 돈만 많이 쓰는 헛짓입니다. 앞으로 삼보일배운동이 배가될 것입니다” 인간만을 위해 ‘돈만 많이 쓰는 헛짓’은 우리라는 큰 공동체에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수경스님과 문규현신부는 우리모두에게 각인 시켜준 것이다. 수경스님은 쓰러짐으로해서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당연한 명제와 온 국민의 간절한 정성이 모여야 한다.

우리를 태어나게한 자궁인 새만금은 그때서야 살아날 수 있다.

여 연 스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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