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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사찰에 2천여 스님들 하안거 시작
2003-05-13 조회 2,224

전국사찰에 2천여 스님들 하안거 시작

法傳 宗正 猊下 癸未年 하안거 결제 법어 발표


<사진 종단안내책자 수록, 불교신문 사진>

1. 대한불교조계종 법전 宗正 猊下는 5월 15일(음력 4월 15일) 癸未年 夏安居 結制日을 맞아 전국의 修行衲子들을 분발토록 격려하는 하안거 결제 법어를 발표하였습니다.

2. 安居란 동절기 3개월(음력 10월 보름에서 차년도 정월 보름까지)과 하절기 3개월(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씩 전국의 승려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몰두하는 것으로, 부처님 당시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국불교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계미년 하안거 결제는 하루전날인 14(수) 저녁 결제대중들이 모인 가운데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하고, 15(목) 입제 당일 오전 10시 30분경 방장스님 등 큰스님을 모시고 결제법어를 청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4. 대한불교 조계종에서는 매년 전국 80여 개 禪房에 2천 여 首座스님(참선수행에 전념하는 스님)이 房付(안거에 참가하겠다는 신청 절차)를 들여 수행하고 있으며, 지정된 선방 이외에 토굴이나 일반사찰에서도 이 기간 동안에는 모든 스님들이 수행자로 돌아가 수행에 매진하게 됩니다.

또한 결제에 참석하지 못하는 불자대중들 또한 나름대로의 수행방법과 기간을 정하여 수행에 전념하게 됩니다.


다음은, 계미년 하안거 결제 종정예하 법전 대종사 법어 전문입니다.

2547(2003) 계미년 하안거결제 조계종 종정법어

구년소실자허암九年少室自虛淹하니

쟁사당두일구전爭似堂頭一句傳이리오.

판치생모유가사板齒生毛猶可事라

석인답파사가선石人踏破謝家船이로다

구년동안 소림굴에서 허송했으니

어찌 그 자리에서 한 마디 전한 것만 하리오.

앞니에 털 났단 말 오히려 당연하니

돌장승도 사씨謝氏네 배를 밟아 깨뜨리네.

조주趙州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여하시조사서래의如何是祖師西來意닛고.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판치생모板齒生毛니라. 앞니에 털이 돋는 것이니라.”

계미년癸未年 하안거 결제를 맞이하여 ‘조주판치趙州板齒’ 공안을 가지고 한 마디 하고자 합니다.

이 공안公案 역시 예로부터 잇발조차 들어가지 않는 어려운 화두 중의 하나로 선가禪家에 알려져 있습니다.

불법佛法의 대의大意를 물으니 조주趙州스님께서는 앞니에 털이 났다고 대답합니다.

조주스님은 ‘고불古佛’로 불릴만큼 백이십살까지 사신 까닭에 치아 때문에 나름대로 애로가 있었는지 치아에 대한 법문이 더러 있습니다. ‘판치생모’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진부鎭府 태수가 나이가 드실대로 드신 조주선사에게 치아의 상태를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높으신 연세에 치아가 몇 개나 남아 있습니까?”

“어금니 한 개 뿐입니다.”

“그럼 음식을 어떻게 씹습니까?”

“한 개 뿐이지만 차근차근 씹지요.”

양기방회楊岐方會선사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였습니다.

“백장百丈스님은 불을 들고 밭을 갈면서 불법佛法의 대의大意를 설하셨다는데, 이것이 무슨 말이겠는가?

나도 이틀동안 벼를 심었는데 역시 대단한 법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였습니다.

“달마대사는 앞니가 없다.”

치아라고 하는 것을 단순히 이렇게 치아라는 뜻만이 아니라 불법佛法의 진수眞髓라는 의미와 통하게 됩니다.

부처님 치아佛齒牙를 받았다는 것은 단순한 치사리齒舍利의 의미가 아니라 불법의 정수精髓를 체득했다는 의미로 알아들어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의 안목眼目이라고 할 것입니다.

판치노한서래후板齒老漢西來後에 무한평인피륙침無限平人被陸沈이라고 했습니다

판치노한板齒老漢 즉 달마대사께서 서역西域에서 온 이후로 무수한 사람들이 속임을 당해왔다는 말입니다.

금번 하안거에 결제대중들은 판치노한의 말에 속지말고 열심히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조주판치’ 공안을 들고서 구순九旬이 지나가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장 이 자리에서 결판내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공부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결제를 할 때에는 맺음없이 맺어야 합니다.

그러한 진정한 맺음이라야 제대로 된 결제라고 할 것입니다.

아무리 앉아 있어도 앉음없이 앉아 있고, 아무리 머물러 있더라도 머문바 없이 머문다면 시시처처時時處處에서 참으로 제대로 된 결제가 될 것입니다.

체비형상體非形相이니 이출치아理出齒牙라

우진칩문雨震蟄門할새 사사실치邪師失齒니라.

몸은 형상만이 아니니 진리는 치아에서 나옴이라.

침묵의 문 안에 우레가 떨어지니 삿된 스승은 치아를 잃었구나.

불기 2547(2003). 5. 15

계미년 하안거 결제일 조계종 종정 도림 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