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ㆍ열반절 정진주간 참회발원 정진법회
“부처님앞에 참회합니다”
“일찍이 당신께서는 생노병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왕자의 자리를 미련없이 버리고 수행자의 길을 결행하셨습니다…(중략)…저희들은 참회를 통해 세상을 맑히는 불자가 되고자 하니 섭수하시어 길을 열어 주옵소서.”
지난 10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조계종 포교원이 주최하고 중앙신도회가 주관한 ‘불기 2547년 출가·열반 정진주간 참회발원 정진법회’ 입재식에서 조계사신도회 이연숙 회장이 간절한 발원문을 낭독했다. 사부대중 500여명이 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2회째 계속된 정진법회에서는 총무원장 법장스님이 동참해 법문을 내려 출가·열반절에 대한 의미를 더욱 깊이 새기는 의미있는 자리가 됐다.
중앙신도회 백창기 회장은 취지문을 통해 “부처님의 출가·열반절을 맞아 그 뜻을 배우고자 함은 그 분이 걸으셨던 길에 내 삶을 비추어 각자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과 책임을 자각하고 성실히 수행하고자 함”이라며 “참회와 발원을 통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문화를 만들고 정진하자”고 말했다.
조계사 법당 가득메운 기도열기
16일까지 전국사찰서도 정진대회
“대자비로 중생들을 어여삐 보셔 대희대사 베푸시어 제도하시고 수승하온 지혜덕상 장엄하시니 저희들이 정성 다해 예배합니다…”
입재법회에 이어 사부대중은 ‘예불대참회문’을 독송하며 108참회 정진을 진행했다. 신도임원 10여명과 함께 동참한 봉은사신도회 안성기 회장은 “수행정진하는 출가·열반절의 의미를 총무원장 스님을 모시고 되새기는 의미있는 자리였다”며 “앞으로 정진주간이 전국으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행된 ‘참회발원 정진법회’는 입재식을 시작으로 열반절인 오는 16일까지 매일 오후 7시마다 개별 신행단체가 주관하는 참회발원 정진이 이어지고 오는 17일에는 각 신행단체가 모두 동참한 가운데 회향법회를 봉행한다.
조계사에서 봉행된 참회발원 정진법회를 시작으로 전국의 도심사찰과 신도단체에서도 출가·열반절에 즈음해 참회정진하며 불교 4대명절의 의미를 새긴다.
<불교신문, 여태동 기자>
기 간 : 불기 2547년 3월 10일(출가재일) ~ 3월17일(열반재일) 매일 저녁 7시
(주말인 토요일은 오후 4시, 일요일은 오전 10시)
장 소 : 조계사 대웅전
주 최 :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후 원 :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불교방송, 불교계신문
오늘은 음력 2월 여드레(8일)입니다. 바로 인도 한 변방의 왕자였던 싯다르타 태자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하신 날입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음력 2월 보름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후 45년 동안 오직 요익중생(饒益衆生)하셨던 삶을 거두어 열반하신 날입니다.
많은 수행자들은 부처님의 출가를 일러 ‘크나큰 포기’ ‘위대한 포기’ 등으로 불렀습니다. 왜 이렇게 칭했는가는 부처님의 출가 동기에 너무나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부처님이 출가한 까닭은 어떤 노여움이나 원한 때문이 아닙니다. 재물이나 권력을 구하기 위함도 아닙니다. 천상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오직 일체 중생들이 어둡고 미혹하고 삿된 길에서 헤매며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그 고통에서 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의지할 곳 없는 자에게 의지처가 되고, 집 없는 자에게 집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끊임없이 다투는 세간에 대비심과 평화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렇듯 부처님은 자기 한 몸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세상을 위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부모와 형제를 위해, 아내와 아들을 위해 성(城)을 넘어간 것입니다. 그 성은 부귀영화와 권력 그리고 낡은 가치를 의미합니다. 부처님의 출가를 ‘크나큰 포기’라고 한 것은 처음부터 이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문제를 아주 근원적으로 풀어갔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을 얻으신 후 45년 동안 오직 가사 한 벌과 발우 하나로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리신 후 마침내 고요히 열반에 드셨습니다. 열반은 ‘불어서 끈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탐욕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은 번뇌의 불길이 소멸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열반이란 고통의 실상을 바로 보아 그 고통이 전해주는 욕망의 불길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우리는 그 번뇌의 불꽃을 바로 보아야 합니다. 무엇이 번뇌를 일으키는가를 지혜롭게 파악해야 합니다.
열반은 깨달음의 구현입니다. 열반을 위해서는 지혜와 자비를 구족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45년 동안 쉼없이 중생 속에 진리를 실천하신 것은 바로 이러한 열반의 구체적인 실천입니다. 이렇듯 우리 불교의 중요한 날에 중앙신도회를 중심으로 재가신도들이 법석을 꾸며 부처님이 걸으셨던 삶을 조명하며 자신을 삶을 참회하고 새롭게 발심, 발원정진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부처님의 출가는 전도된 가치를 넘어서려는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며, 열반은 바로 무지와 집착에서 벗어나 존재의 참 모습을 구현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 불자들은 바로 부처님처럼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전도된 가치가 무엇인가를 바로 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갈수록 깊어지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병적 열기가 사라진 평온함을 위해 참회의 기도와 발원의 정진을 해야하겠습니다. 우리가 출가재일에서 열반재일에 이르는 기간을 정진 주간으로 정한 것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삶에 대한 진정한 참회와 발원을 통해 참된 진리의 모습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함입니다. 오직 중생속에서 사신 부처님의 삶! 불교를 믿는다는 것은 부처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그러기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참회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탄생시키는 삶이야말로 위대한 정신의 계승일 것입니다. 불기 2547년 출가ㆍ열반절 정진주간을 맞이하며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