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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수행단 한국불교수행 체험
2001-10-19 조회 5,517
4일 강원도 설악산 초입에 자리한 신흥사(주지 馬根 스님)는 아침부터 행사로 부산했다. 한국불교를 체험하려 이곳을 찾은 중국의 수행승려를 맞는 입재식이 열린 것이다.

쉬싱광(釋心廣.36.허난(河南)성 불교협회 부회장) 스님이 이끄는 27명의 수행단은 이날 입재식을 시작으로 신흥사가 마련한 빡빡한 열흘간의 프로그램에 따라 참선수행을 비롯한 한국불교의 진수를 맛보게된다.

불교계에도 이처럼 한류(韓流)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불교를 전해준 중국이 이제는 거꾸로 한국불교 배우기에 나선 것이다.

경쟁 끝에 선발된 5개 성(省)의 승려들은 대개 사찰을 책임진 소장 주지들. 이들은 문화혁명으로 인해 단절되다시피한 중국불교의 부흥을 위해 조계종에서 면면히 이어져온 '선불교' 전통을 이식받고자 내한했다.

이런 이유로 열흘간의 체험은 입선(入禪)의 연속. 오전 3시부터 5시, 오전 8시부터 11시, 오후 2시부터 4시, 오후 6시부터 9시 등 모두 10시간이 참선과 예불로 잡혔다.

50분 참선 10분 휴식으로 반복되는 참선수행은 한국의 선방수좌들에게 조차 고역 이상이다. 가부좌를 틀고 시종 꽂꽂한 자세를 잃지않은 채 화두붙들기에 골몰하는 참선이 이에 익숙지않은 중국 승려들에게 쉽지않음은 당연지사.

이날 점심공양 후 본격수행에 앞서 수행 방법을 설명하는 습의(習儀) 때는 참선수행에 대한 이들의 부담이 드러났다. 일부 승려들이 '50분은 너무 힘드니 30분씩만 하자'고 제안한 것. 수행지도를 맡은 입승(立繩) 미목(彌木) 스님은 그러나 '일단 해보자'며 거절했다.

소심경을 염송하며 까다로운 절차에 따라 식사하는 발우공양도 이들에게는 색다른 체험이었다. 습의가 진행되며 입승 스님과 4명의 습의사(習儀師)가 발우공양의 절차를 설명하자 이들은 무척 신기한 듯 좇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신흥사측은 중국 수행단에게 한국 선불교 전통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각오로, 참선 사이사이 육체노동인 울력을 끼워넣었고, 오후 불식(不食)의 계율도 철저히 지키도록 했다. 가히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의 경지를 맛보게 하려함이다.

중국 불교는 문혁의 여파로 시름해왔다. 홍위병에 쫓겨 승려들은 숨거나 가사를 벗어버렸고, 전통은 온데간데 없이 증발해버린 것. 50-60대 승려를 찾아볼 수 없는 것도 그 탓이다.

그러나 개혁과 개방의 열풍은 이제 불교계에도 불어오고있다. 불자가 1억여명에 육박하는 데다 사찰과 승려의 숫자가 각각 4만, 20만에 달했으며, 이들 수치는 증가일로이다. 수행단의 방한이 이런 배경 속에 나온 것임은 물론이다.

대승불교가 중심인 가운데 소승, 티베트 불교가 혼재하는 중국 불교는 독신과 채식에 절대 술과 담배를 입에 대지않는 철저한 계율의 전통을 다시 만들어 가고있다. 화두선과 묵조선의 선수행, 염불과 교리공부 등도 점차 복구되고 있다.

쉬싱광 스님은 '한국불교를 배우려는 것은 거의 재가불교가 중심인 일본과는 달리 한국이 전통적 대륙불교의 모습인 선불교의 전통을 잇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