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호(寶鏡湖) 맑은 물이 사바를 적시네!
中峰 性坡(大韓佛敎曹溪宗 宗正)
生涯如夢若浮雲(생애여몽약부운)하니
活計都無絶六親(활계도무절육친)이로다
留得一雙淸白眼(유득일쌍청백안)하야
笑看無限往來人(소간무한왕래인)이로다
생애가 꿈과 같고 뜬구름 같으니
살길을 모두 잃어 육친이 끊어졌도다.
오직 한 쌍의 청백안을 얻어서
무한히 왕래하는 사람을 웃으며 보도다.
하안거를 해제하고 산문을 나서는 수선납자여!
지난 여름 참으로 더웠으나 선방은 오히려 서늘했고 구룡지 백일홍은 더욱 붉게 피었도다.
이러한 인연은 불조의 가피가 충만했고 시주의 은혜가 지중하였으며 육화로 화합하며 정진한 대중의 마음이 간절하여 이루어졌도다.
시절인연이 도래하여 보경호에 고인 물은 영축산을 가득 품고 영산의 향기를 세상에 전하게 되었도다.
세상 사람들이 영축산의 소식을 묻거든 ‘영축산중에 드넓은 보경호는 그 경관 무진하여 저절로 밝게 드러난다’라고 답 할만 하리라.
삼하결제를 성만한 수행대중 모두가 보배 거울을 갖추었으니 행주좌와가 모두 법답고 어묵동정이 모두 인천의 사표가 되며 세간의 희망이 되리라.
晨朝喫粥齋時飯(신조끽죽재시반)하며
渴則呼兒茶一椀(갈즉호아다일완)이로다.
門外日沈山寂寥(문외일침산적요)하니
月明窓畔白雲散(월명창반백운산)이로다.
아침에 죽 먹고 재시에 밥 먹으며
목마르면 시자 불러 차 한잔 마시노라.
문밖에 해 지고 산은 고요하니
창가에 달은 밝고 흰 구름은 흩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