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기원법회 봉행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기원법회
불기2562(2018)년 4월 17일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 5층 그랜드볼룸에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기원법회'가 봉행되었습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문재인 대통령 내외,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원행스님,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성우스님, 전국비구니회장 육문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성정사,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주호영 국회 정각회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등 10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습니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정상회담의 성공적 회향과 이어질 주변 강대국들과의 외교 현장에서도 우리는 세계일화와 같은 더 큰 가치와 정신으로 각국 이해관계를 아울러 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며, 한국불교 전국 사찰은 평화통일과 상생을 염원하며 일주일간 조석으로 축원하며 당일 사시 예불 시간에 일제히 33타종을 거행할 것이다”라고 봉행사를 통해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한국불교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인 10·27 법난에 대해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공식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다음은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봉행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 전문입니다.
봉 행 사
만물이 저마다의 색깔로 생명의 기운을 뽐내며 충만해지는 사월입니다. 국가적으로는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항구적인 평화의 길을 열어가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이 분주한 시기에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기원법회’ 에 참석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평화와 상생을 위해 매일 온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리고 있는 우리 한국 불교계의 대덕 스님들과 함께 하게 되어 더욱 의미 있고 반가운 법석입니다.
오늘 이 법회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고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이루자는 불자 대중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열리고 있습니다. 온 국민과 겨레가 한마음으로 성공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극적인 대화와 소통의 향연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는 남북의 문제는 한국불교의 사상과 전통으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합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끌어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한국불교는 온 국민과 더불어 수행하고 깨달음을 구하는 대승불교의 정신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왔습니다. 모든 대립과 논쟁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화쟁 사상을 통해 일체 민중을 끌어안았습니다.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로 모든 것은 통한다는 원융회통 사상으로 갈등과 분열을 해소해 왔습니다. 한국불교는 1,700여 년 간 이 땅의 민초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공존과 상생의 정신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해 왔습니다.
만물에 불성이 깃들어 있어 너와 내가 따로 없다는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서는 남과 북, 보수와 진보, 여와 야, 인종과 종교, 성별의 구분이 없습니다. 모두가 깨달음의 길을 향해 가는 도반이며 차별 없는 평등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부처님과 같이 대자비를 실천하면서 일체의 차별을 걷어내고 평등과 조화의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화엄경에서는 여래와 같은 이해를 가지고 忍海方便已修治 故能嚴淨無邊刹 하라 했습니다. 인욕의 방편을 잘 닦아서 이 세상을 청정하게 장엄하여 치우치지 않고 화합하는 세상으로 만들어 가자는 것입니다. 경전의 가르침 그대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대화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참고 인내하며 먼저 손을 내밀어 오신 대통령과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회향과 이어질 주변 강대국들과의 외교 현장에서도 우리는 世界一花와 같은 더 큰 가치와 정신으로 각국의 이해관계를 아울러 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습니다.
오는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원만히 성취되기를 기원하면서 한국불교의 전국 사찰은 일주일간 조석으로 축원하며 당일 사시 예불 시간에 일제히 33타종을 거행하고자 합니다. 평화통일과 상생을 염원하는 우리 불교계의 간절한 기도입니다. 부처님의 무량한 가피와 위신력으로 밝은 미래가 환하게 열리기를 기원하는 타종식에 무루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뭇 생명을 고통의 바다에서 건지기 위해 정진해 나갑시다. 무명의 어둠을 사르고 자비와 지혜의 등불로 세상을 환히 밝혀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불자 대중 모두는 먼저 겸손하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어렵고 소외된 이웃의 든든한 도반으로 우리 선대들의 얼이 오롯이 담긴 전통문화의 계승자로 우리 사회에 기여해야겠습니다. 열흘 남은 남북정상회담 준비의 노고에도 함께 해 주신 대통령 내외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불기2562(2018)년 4월 17일
문재인대통령 축사
존경하는 불교 지도자와 불자 여러분,내외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기원하는 큰 법회를 열어 주신한국불교종단협의회 설정 큰스님과 여러 종단 총무원장스님들께 각별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설정 큰 스님의 봉행사를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오늘 법회로 그치지 않고, 이번 주말부터 일주일간전국사찰에서 조석으로 축원하시겠다는 말씀에큰 힘을 얻었습니다.
저는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우리 불교의 소중한 유산인 ‘화쟁’을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서로간의 차이와 다름을 넘어,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화합을 이루는 것이화쟁사상이라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지금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화쟁의 정신이 한반도에 실현되어갈등과 분열이 해소되도록 간절한 원력으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안의 화쟁도 중요합니다.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있어야만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데 사부대중이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서 북미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습니다.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세계사의 대전환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지속가능한 평화의 지혜를 찾습니다. ‘자타불이’의 깨달음에서 나오는 ‘자비’의 실천이 아닐까 합니다.남과 북 사이의 담을 허물고, 상생과 공존의 길을 내는 것입니다. 이산가족이 상봉하고, 소식을 주고받고,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사회, 경제, 문화적 교류가 이어져야 합니다.불교계가 바라는묘향산 보현사, 금강산 신계사, 개성 영통사 관련 사업 등종교적 교류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한반도가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구도를 해체하여전세계 평화의 주역이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세계일화’를 이루기 위해어느 때보다 불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빈자일등’이 되어 주십시오.여러분의 지극한 서원과 정성으로 밝힌 등불이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평화의 길을 밝힐 것입니다.
불자 대중이 모아주신 염원을 되새기며, 저도 더욱 지혜롭고 담대하게 걸어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고승대덕 스님들과 불자 여러분,
불교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 해왔습니다. 불교는 우리가 국난을 겪을 때 더욱 빛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서산대사는 전국에 격문을 돌리고 승병을 일으켰습니다.서산대사의 제자 사명대사는전란 후에 사신으로 일본에 건너가3천여 명에 이르는 포로들을 데리고 귀국했습니다.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불교가 앞장 서 보여주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은 오늘날까지 이어집니다. 불교신도가 아니어도, 불교의 정신은 알게 모르게 국민들의 의식 속에 뿌리 깊게 배여 있습니다.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올바름을 실천하는 ‘파사현정’과생명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자비행’은우리사회를 성숙시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저력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에도 불자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활동범위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에 이르고,사업분야는 식수, 교육, 지역개발에서 지뢰제거까지 다양합니다.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한국 불교는 군부독재 시절국가권력에 의해 종교의 성역을 침탈당하는가슴 아픈 일을 겪었습니다.38년 전 신군부가 전국의 사찰을 짓밟고 무고한 스님들을 연행했던 10.27법난이 그것입니다.
불교계에 여전히 남아있는 깊은 상처에 대해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또한 불교계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어,한국 불교가 더욱 화합하고 융성하길 기원합니다.
부처님께서는한 사람이 청정하면 여러 사람이 청정해지고,여러 사람이 청정해지면 온 세상이 맑아진다고 하셨습니다.그런 원력으로 불교가한국 사회를 정의롭게 이끄는 힘이 되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저는 불교의 가르침을 좋아합니다.과 조사들의 선문답을 읽으며 접한 불교의 세계관이저의 세계관의 한축으로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낍니다.
오늘 여러분의 맑은 기운을 듬뿍 받으니,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잘 될 것 같습니다.
한반도에 다사로운 봄이 왔습니다.진정한 평화와 화합이 이루어지도록계속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