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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종정예하 기해년 동안거 해제법어
기해년(己亥年) 동안거(冬安居) 종정예하(宗正猊下) 해제법어(解制法語)        [주장자(拄杖子)를 들어 대중(大衆)에게 보이시고]   이 주장자(拄杖子) 진리를 알 것 같으면, 쌍차쌍용(雙遮雙用)을 자재(自在)하게 쓰고 천상인간(天上人間)에 홀로 걸음 하리라.   금일(今日)은 기해년(己亥年) 동안거 해제일(解制日)이라. 결제(結制)와 더불어 반철이 지나는 듯하드니, 어느새 해제일이 도래했음이라.   세월의 흐름이란 누구에게나 똑같지만, 나이가 들수록 가속(加速)으로 느껴짐이라. 그러니 내일, 모레로 미루다가는 어느새 백발이 되고, 눈과 귀가 멀어 지므로 허송세월하지 말고 해제일인 지금 재발심과 대분심(大憤心)으로 정진(精進)의 끈을 놓지 말고 가일층 분발하여야 할 것이라.   부처님께서 2,600년 전 납월(臘月) 8일에 새벽 별을 보고 깨달으신 광대무변한 진리의 법은 감출 수도 없고 덮을 수도 없으며, 그때나 지금이나 미래제(未來際)가 다해도 변함이 없음이라.   또한 부처님께서 일념삼매에 들어서 보는 것도 잊고, 듣는 것도 잊은 상태에서 새벽 별을 보는 찰나에 깨달으신 과정도 변함없는 진리이다. 일념삼매(一念三昧) 없이는 깨달음도 없다는 것이다.   이번 결제의 대중은 각자가 삼동구순(三冬九旬)의 결제기간 동안 얼마나 화두일념(話頭一念)을 이루었는지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야 할 것이라.   습관처럼 좌복(坐服)에 앉아서 번뇌망상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혼침(昏沈)에 빠져 있거나, 게으른 마음으로 방일(放逸)한다면 천불(千佛) 만조사(萬祖師)가 출현해서 깨달을 수 없음이라.   하루에도 천 번 만 번 화두를 챙기고 의심하고, 또 챙기고 의심하여만 진의심(眞疑心)이 발동 걸리게 됨이니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할 것이라.   화두(話頭)가 있는 이는 각자의 화두를 참구하되, 화두가 없는 이는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 나인가?’하고 이 화두를 챙기고 의심할지어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후로 가장 위대한 도인(道人)이라면 마조 도일(馬祖道一) 선사를 꼽을 수 있는데, 달마 대사의 스승이신 반야다라(般若多羅)존자께서 "네 밑으로 7대(代)의 아손(兒孫)에 이르러서 한 망아지가 출현하여 천하 사람을 밟아 죽일 것이다." 라고  예언하셨다. 실제 마조 선사의 탁월한 안목(眼目)은 감히 어느 누구도 능가할 사람이 없다 하겠다.   위대한 마조 선사의 지도하에 84인의 도인 제자가 나왔는데, 그 가운데 백장스님과 남전스님 등 너 댓 분의 기량이 아주 출중(出衆)하였다.   백장(百丈) 스님이 마조 선사의 시자(侍者)일 때, 하루는 마조 선사를 모시고 들판을 지나가게 되었다. 큰 저수지에서 들오리들이 놀다가 인기척을 듣고 날아가는 것을 보고, 마조 선사께서 백장 스님에게 물으셨다. "저기 날아가는 것이 무엇인고?"   "들 오리 떼입니다" "어디로 날아가는고?"    "산 너머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조 선사께서는 백장 스님의 코를 잡고 세게 비틀어 버리셨다. "아얏!" 백장 스님이 아파서 소리를 지르니,   마조 선사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찌 일찍이 날아갔으리오."하였다. 날아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백장 스님은 절로 돌아와서 모든 것을 잊고 일념삼매(一念三昧)에 들었다. "오리들이 어디로 날아갔느냐고 물으셔서 산 너머로 날아갔다고 말씀드렸는데, 마조 선사께서는 왜 코를 비트셨을까?"   이 한 의심(疑心)에 빠져 있다가 일주일이 지나서 그 의심이 홀연히 해결되었다. 마조 선사께서 코를 비트신 뜻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곧 조실방(祖室房)으로 달려가서, "스님, 어제까지는 코가 아프더니 오늘은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이 말에 마조 선사께서 백장 선사의 눈이 열렸음을 아시고 운집종(雲集鍾)을 치게 하시니, 몇 백 명 되는 대중들이 모두 법당에 모였다.   대중들이 운집하고 마조 선사께서 법상에 좌정(坐定)해 계시는데, 백장 스님이 맨 마지막에 들어오더니 절하는 돗자리를 걷어서 어깨에 메고 법당을 나가 버렸다.   이에 마조 선사께서는 한 말씀도 설(說)하시지 않고 즉시 법상에서 내려와 조실방으로 돌아가셨다. 이렇게 척척 통해야 되는 법이다. 마음 땅의 지혜가 열리면 이렇게 일거일동(一擧一動)의 낙처를 서로 아는 것이다.   세월이 흐른 후, 마조 선사께서 법상(法床)에 앉아 계시던 차제(此際)에 백장 스님이 들어오니, 선사께서 법상 모서리에 걸어 놓은 불자(拂子)를 들어 보이셨다. 그러자 백장 스님이 여쭙기를, "이를 바로 씁니까, 이를 여의고 씁니까?"   하니, 마조 선사께서 그 불자를 원래 걸려 있던 자리에다 도로 걸어 두셨다.   한동안 백장 스님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으니 마조 선사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장차 대중을 위해서 어떻게 법을 설하려는고?"   그러자 이번에는 백장 스님이 걸려 있던 불자를 들어 보이니, 마조 선사께서 다시 물으셨다.   "이를 바로 씀인가, 여의고 씀인가?"   백장 스님이 아무 말 없이 불자를 도로 제자리에 걸자, 마조 선사께서 "억!" 하고 벽력같은 '일할(一喝)’을 하셨다. 이 '할'에 백장 스님이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사흘 동안 귀가 먹었다가 깨어나서 마조 선사께서 '할'하신 뜻을 깨달았다.   그 법이 황벽스님으로 이어지고, 황벽스님에게서 임제스님으로 이어져서 임제종을 이루고, 중국의 당나라 천하를 풍미(風靡)하고 고려시대 때에 우리나라의 태고스님에게 전해져서 지금은 오직 한국에서만 오롯이 이어오고 있음이라.           마조선사의 또 다른 출중한 제자인 남전(南泉) 선사가 회상(會上)을 여니 각처에서 스님들과 신도들이 모여들었다. 하루는 한 노승(老僧)이 10세 미만의 동자승(童子僧)을 데리고 남전 선사를 친견하러 왔다. 노스님이 먼저 남전 선사를 친견하고 청(請)을 드리기를,   "제가 데려온 아이가 아주 영특한데, 저로서는 저 아이를 훌륭한 인재로 키울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니 스님께서 크신 법력(法力)으로 잘 지도해 주십시오." 하고는 물러 나와서 동자승을 조실 방으로 들여보냈다.   동자승이 인사를 올리니, 남전 선사께서는 누워 계시던 채로 인사를 받으며 물으셨다. "어디서 왔느냐?" "서상원(瑞像院)에서 왔습니다."   "서상원에서 왔을진대, 상서로운 상(像)을 보았느냐?" "상서로운 상은 보지 못했지만, 누워 계시는 부처님은 뵈었습니다." 남전 선사께서 누워 계시니 하는 말이다.   남전 선사께서 이 말에 놀라, 그제서야 일어나 앉으시며 다시 물으셨다. "네가 주인이 있는 사미(沙彌)냐, 주인이 없는 사미냐?" "주인이 있습니다."   "너의 주인이 누구인고?" "스님, 정월이 대단히 추우니 스님께서는 귀하신 법체(法體) 유의하시옵소서." 그대로 아이 도인이 한 분 오신 것이다.   남전 선사께서 기특하게 여겨, 원주를 불러 이르셨다. "이 아이를 깨끗한 방에 잘 모셔라." 부처님의 이 견성법(見性法)은 한 번 확철(廓撤)히 깨달을 것 같으면, 몸을 바꾸어 와도 결코 매(昧)하지 않고, 항상 밝아 그대로 생이지지(生而知之)이다.   이 사미승이 바로 ‘조주고불(趙州古佛)’이라는 조주스님인데, 이렇듯 도(道)를 깨달은 바 없이 10세 미만인데도 다 알았던 것이다. 조주 스님은 여기에서 남전(南泉) 선사의 제자가 되어 다년간 모시면서 부처님의 진안목(眞眼目)을 갖추어 남전 선사의 법(法)을 이었다.   그 후 조주 선사는 80세가 되도록 행각을 다닌 후에 회상(會上)을 여니, 한 수좌(首座)가 안거 석 달 동안 공부를 잘해오다가 해제일(解制日)에 이르러 하직 인사를 드리니, 조주 선사께서 이르셨다.   "부처 있는 곳에서도 머물지 말고 부처 없는 곳에서도 급히 달아나서 삼천 리 밖에서 사람을 만나거든 그릇 들어 말하지 말라." 이에 그 수좌가, "스님, 그러한즉 가지 않겠습니다."   하니, 조주 선사께서는 "버들잎을 따고, 버들잎을 딴다.〔摘楊花摘楊花〕" 라고 말씀하셨다.   "그러한즉 가지 않겠습니다." 하는데 어째서 "버들잎을 따고, 버들잎을 딴다."고 하는가?   이러한 법문은 알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라. 만일 누구라도 각고정진(刻苦精進)하여 이 법문의 뜻을 알아낸다면, 백천삼매(百千三昧)와 무량묘의(無量妙意)를 한꺼번에 다 알아서 하늘과 땅에 홀로 걸음하리라.   시회대중(時會大衆)은 '적양화 적양화(摘楊花摘楊花)'를 알겠는가?   [양구(良久)하시다가 스스로 답하시기를]   '적양화 적양화(摘楊花 摘楊花)여! 천리오추추부득(千里烏騅追不得)이라.' 버들잎을 따고 버들잎을 땀이여!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오추마라도 따라잡기 어렵느니라.   [주장자로 법상(法床)을 한 번 치고 하좌(下座) 하시다]
2020-02-06 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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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2564(2020)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신년기자회견
불기2564(2020)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신년기자회견 불기2564(2020)년 1월 15일(수)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신년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백만원력으로 한국불교 미래를 밝히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회의 등불이 되겠습니다' 라는 발원으로 시작으로 중점 종책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총무원장스님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남북 민간교류의 실천 추진',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정착을 위한 기원대회 봉행', '종단안정과 화합을 위한 대화합의 조치 적극 모색', '백만원력결집을 통해 불교의 미래를 위한 기반  마련', '전통문화를 활용한 국가경쟁력 제고에 적극 앞장', '한국불교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불교대회 성공적 개최 준비' 등의 내용을 강조하셨습니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입니다.   불기2564년(2020)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신년가지회견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사부대중 여러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국민과 불자여러분 모두에게 풍요로운 2020년, 희망의 2020년이 되길 기원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안팎으로 다사다난이라는 말 그대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국론 분열, 그리고 한일갈등과 남북문제를 비롯한 열강들의 이해충돌 등 어느 것 하나 순탄한 영역이 없는 2019년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나름의 역할을 다 하면서 달려온 1년이었습니다. 파키스탄 국빈방문 행사를 비롯하여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 등을 통해 다양한 국가,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불교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보았고 저력과 희망이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비판과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무엇보다도 종단 안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지난 1년은 내부 갈등을 치유하고, 종단의 안정을 도모하고 종단 구성원 모두가 한국불교에 대한 저력과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모으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지난 일년 동안 한국불교에 대한 존중과 애정, 그리고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새롭게 맞이한 2020년 한국불교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몇 가지 계획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2020년 대한불교조계종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남북 민간교류의 실천을 추진하겠습니다.   긴장의 연속이었던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가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남북의 교류는 남과 북, 그리고 북미 정상의 만남으로 이어져 남과 북의 공존과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인류의 화합과 세계평화를 위한 힘차고 아름다운 여정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결코 우리 민족의 뜻대로만 진행되도록 놓아두지 않고 있습니다. 먼 옛날 묘향산과 금강산에서, 지리산과 가야산에서 우리 민족의 스승들이 그러했듯이 이제 백척간두에서 한걸음 앞으로 내 딛어야 할 때입니다.   그 힘은 오로지 ‘남북의 공존과 번영, 한반도 평화정착과 인류의 화합’이라는 화두에서 나옵니다.   남과 북이, 북과 남이 함께 보전하고 있는 전통문화 유산은 그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는 민족의 자산이요 동시에 문화적 힘입니다.   특히 우리 종단은 북측과 함께 금강산 신계사의 발굴과 복원을 이뤄낸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계사 발굴과 복원의 경험을 되살려 장안사와 유점사 등 북한 사찰의 발굴과 복원을 위한 사업을 제안하겠습니다. 또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북한사찰 문화재를 북한 사찰에 모실 수 있도록 북측과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입니다. 문화재는 본래의 자기 자리에 있을 때 더욱 그 가치가 빛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템플스테이 성공사례처럼 북측의 수많은 전통 불교문화 유산을 복원, 보존, 활용하여 문화관광 역량을 강화하고 문화산업을 통해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남북 불교공동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또한 북측의 생태환경 보호와 자연재해 대응을 위한 산림복원을 위해 우리 종단의 사찰림을 활용하는 공동사업도 함께 제안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실질적이고도 다양한 의제들을 갖고 조속히 실무협의를 진행하여 구체적인 교류협력 사업들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하겠습니다.   올해는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반도 평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하기에 이제는 지나간 70년을 뒤로하고 갈등과 대립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가치를, 전쟁보다는 평화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등에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정착을 위한 기원대회’를 봉행할 계획입니다.   이 자리에 북측의 종교인들을 초청하고, 남측의 모든 종교인들과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의 참여를 제안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 주체들이 함께하는 평화 기원대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2020년은 제36대 총무원이 출범한지 이제 2년차에 접어드는 해입니다. 화합과 혁신을 기치로 출범한 제36대 총무원이 대내외적으로 종단의 안정을 도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화합과 혁신이라는 가치를 구현하는 일에는 소홀했다는 일각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종단의 안정과 화합, 그리고 혁신은 종단의 미래 비전이자 당면 과제입니다. 혁신은 종단 안정과 화합이라는 바탕에서 구현이 가능합니다.   경자년 새해를 맞아 진제 법원 종정예하께서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당부하시며 종단 혼란의 시기에 종단과는 다소 다른 견해와 의견을 제기했던 스님들에 대한 대화합의 조치를 당부하셨습니다.   종정예하의 가르침에 따라 중앙종회와 긴밀히 협의하여 종단안정과 화합을 위한 대화합의 조치를 적극 모색하겠습니다.   종단의 혁신 과제는 백년대계본부를 통해 담론과 구체적인 실행목표를 만들고 대중공사 등을 통해 사부대중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종단의 미래를 위한 혁신의 구체적인 상을 제시하겠습니다.   현재 불교사회연구소에서 기본 자료를 만들기 위해 종도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의 분석을 통하여 혁신의 지남으로 삼고자 합니다.   혁신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입니다. 2020년 대한불교조계종은 혁신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그 터전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백만원력결집을 통해 불교의 미래를 위한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한국불교의 미래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불·법·승을 주제로 백만원력결집을 선언하고 불자들의 원력을 모아내는 첫 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전국 제방각지에서 수많은 불자님들의 원력이 모아졌습니다.   특히, 인도 부다가야 한국사찰 건립기금으로 50억원이 희사되는 등 백만원력 결집불사 선포 첫 해부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에도 지속적으로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으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3월말 인도 부다가야 한국사찰 ‘분황사’ 건립을 위한 착공식을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아 봉행할 계획입니다. 약 100여명의 대표단과 함께 인도 부다가야에서 한국사찰 건립의 시작을 선언하는 뜻깊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계룡대 3군 사령부 영외법당 설계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올해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하겠습니다.   종단 요양원은 현재 부지확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부지확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요양원 건립불사가 시작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서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입니다. 1,000년의 세월동안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한 채 발견된 경주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바로 세우기 위한 종단적 관심과 원력을 모아 내고자 3월경 중앙종무기관의 모든 종무원들이 참여하는 순례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마애부처님 관련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예경을 위한 제반 환경을 조성함은 물론 지역불교계와 협력하여 입불을 위한 제반 조건을 검토하고 그 해결을 통해 입불작업을 착수하고자 합니다.   한편 지난 집행부에서부터 이어져오던 세종시 한국불교체험관 건립사업은 3월 내지 4월경 착공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불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불교문화재 보존처리센터는 부지변경과 그에 따른 후속 절차를 마무리하고 연말 내지 내년 초에는 불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세심히 살펴 준비하겠습니다.   위례신도시 도심포교당 건립사업은 봉은사를 중심으로 도심포교의 전형을 창출할 수 있는 사찰건립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센터도 건립하여 지역민과 함께하는 사찰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은 10·27법난이 발생한지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10·27법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 법률이 제정되었고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직접 10·27법난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하였습니다.   10·27법난으로 인한 불교계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마지막 과제인 기념관 건립사업이 조속히 마무리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역사적 진실에 대한 교훈을 되새겨 후대에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요청 드리면서, 우리 종단도 정부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10·27법난 기념관 건립에 소홀함이 없도록 잘 살피겠습니다.   전통문화를 활용한 국가경쟁력 제고에 적극 앞장서겠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 콘텐츠입니다. 전 세계인들에게 템플스테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여 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문화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제고에 적극 앞장서겠습니다. 아울러, 사회공헌을 위한 나눔 템플스테이를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지난해 약 24,000여명에 달하는 다문화 가정과 학교 밖 청소년,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보호관찰자 등을 대상으로 나눔 템플스테이를 진행하였습니다.   2020년 올해에도 다문화가정과 한부모 가정 등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우리의 소중한 이웃들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강화 하겠습니다. 2020년 말에는 ‘연등회’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여부를 결정하는 회의가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정부부처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난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의 세계유산 등재에 이어 올해에는 ‘연등회’의 세계유산 등재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전통문화가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습니다.   한국불교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불교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겠습니다. 2020년에는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와 한일 불교문화교류대회가 영축총림 통도사와 금산사 등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대승불교의 종주국인 동아시아 3국의 불교지도자가 함께 모여 갈등과 긴장, 전쟁의 위협에 놓인 세계정세 속에서 인류의 행복과 세계평화 메시지를 함께 논하고 전하는 국제불교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파키스탄 국빈방문 행사를 통해 종교간 다양성을 인정하고 인류가 평화와 공존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라호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석가모니 고행상’을 비롯한 간다라 유물의 한국 전시를 공식적으로 요청하였고 파키스탄 당국의 긍정적인 입장을 확인하였습니다.   치열한 구도행의 모습을 가장 사실에 가깝게 묘사한 ‘석가모니 고행상’은 전 세계 불자들에게는 신앙과 예배의 대상이자 간다라미술을 대표하는 문화재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초로 ‘석가모니 고행상’을 우리나라에 모셔 한·파키스탄간 문화교류의 중요한 계기를 만들고, 한국의 불자들과 국민들께서 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출산율은 OECD국가에서 최저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대다수 사찰이 위치한 농어촌의 고령화는 사찰의 자립기반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곳곳에서 많은 사찰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종교인구 또한 현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AI 등 문명사회의 급속한 발전은 생활의 편리함은 안겨주고 있지만, 그동안 종교의 역할이라 자부해왔던 삶의 지혜나 가르침, 정신적 위안과 쉼의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종단의 대비가 미흡했습니다. 미래 불교를 위한 종단운영 시스템에 대해 종합적이고도 전면적인 점검을 진행하겠습니다.   특히 포교원에서 지난 수년에 걸쳐 한국불교의 포교현황을 각 분야별로 세밀하게 조사한 보고서가 최근 마무리되었습니다. 1월 20일 종단 지도자포럼에서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포교전략 수립과 신행혁신을 위해 각계의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나가겠습니다. 나아가 출가자 감소로 인한 수행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이에 따른 교육기관의 현실화 문제는 교육원장스님을 중심으로 제 교육주체들과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으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사부대중 여러분! 성내지 않음으로써 노여움을 이기고, 선으로써 악을 이기고, 서로 나누어 가짐으로써 인색함을 이기고, 진실로서 거짓을 이기라 했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분별하는 마음, 탐욕과 성냄의 어리석은 마음은 없는지 되돌아 봅시다.   바닥 얕은 개울물은 큰 소리를 내며 흐르지만,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르는 것처럼 새롭게 맞이하는 2020년은 화합과 혁신, 그리고 평화의 거대한 물결이 우리 사회에 가득할 수 있도록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2020년 대한불교조계종은 백만원력으로 미래를 밝히고 안정과 화합, 혁신으로 사부대중들에게 한국불교의 든든한 의지처가 되고 국민들께는 평온한 휴식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불기2564(2020)년 1월 15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 행  
2020-01-15 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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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2564(2020)년 총무원장 원행스님 경자년 신년사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풍요를 상징하는 쥐의 해를 맞이하여 희망한 모든 일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현재 우리는 단절과 소통 부재의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의 장벽이 더욱 두터워져 가고 있습니다. 독선과 불통으로 시작된 극한 대립은 멈출 줄 모릅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새해에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숨을 돌리면서 주변을 살피는 여유를 가집시다. 슬기로운 우리 국민은 어려운 국면일수록 단결하여 지혜와 화합을 통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온 저력이 있습니다. 이웃과 함께 서로의 행복을 응원하여 온 세상에 부처님의 자비가 현현하는 한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시다.   불자여러분! 기해년 열심히 달려오면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고 있었는지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들었는지 돌아봅시다. 새해에는 아집과 욕심을 내려놓고 청정한 수행과 성찰을 통해 희망의 새해를 향해 나아갑시다. 자기의 이익만을 찾지 마시고 이웃에게 베풀며 함께 기뻐합시다.   경자년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 대립이 극복되고 사회가 하나 되며 가정에 행복이 만개하는 한해가 되길 소원합니다.   신년을 맞이하여 여러분이 계획한 많은 일들이 온전히 성취되기를 바라며,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불기2564(2020)년 1월 1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 행
2019-12-24 3,155
1705
불기2564(2020)년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 신년법어
庚子年 大韓佛敎曹溪宗 宗正猊下 新年法語   새해아침 복(福)을 여는 즈음에 그 가운데 부처님의 진리(眞理)가 있느냐, 없느냐? 있다고 하겠습니다. 어떤 것이 새해에 복을 여는 것이냐?   집집마다 아이들은 색동옷을 입고 뛰어 놀고 어른들은 사랑방에서 서로 술잔을 건냄 이로다.   경자년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금일 아침 떠오르는 밝은 태양(太陽)의 빛이 번뇌를 지혜로 바꾸고, 무명(無明)을 깨달음으로 바꾸는 전신(轉身)의 문을 열어 놓았습니다. 이처럼 진여법계(眞如法界)에는 만덕(萬德)이 갖추어져 있으니, 수용(受用)과 묘용(妙用)이 자재(自在)합니다. 내가 그대로 우리가 되고, 이기심(利己心)이 그대로 이타심(利他心)이 되며, 아만심(我慢心)이 그대로 자비심(慈悲心)이 되는 것입니다.   진리(眞理)를 깨닫고 보면 세간법(世間法)과 불법(佛法)이 둘이 아닙니다. 진리의 광명(光明)은 항상 시방세계를 비추니 나와 남이 원래 없으니 옳고 그름이 원래 없습니다. 밝음 가운데 어둠이 있고 어두움 가운데 밝음이 있으니 밝음과 어둠이 동일체(同一體)입니다.     종교는 인간내면의 정화(淨化)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인 지혜(智慧)와 자비(慈悲)가 정치와 사회의 기본이념이 되어 생명존중(生命尊重)과 인류(人類)의 행복이 실현되어야 합니다.   모든 국민(國民)들이시여! 일상생활(日常生活)하는 가운데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하고 이 화두(話頭)를 챙기고 의심하면 몰록 ‘참나’를 깨닫게 됩니다. 참나 속에는 걸림 없는 대자유가 있고, 참나 속에는 참된 평화가 있고, 참나 속에는 변치 않는 정의가 있고, 참나 속에는 밝은 지혜가 있고, 참나 속에는 영원한 행복이 있습니다.     필경(畢竟)에 진리(眞理)의 한 마디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萬古徽然何處覓(만고휘연하처멱)고. 頭頭物物現古風(두두물물현고풍)이로다. 만년토록 빛나는 것을 어느 곳에서 찾을꼬? 두두물물이 고풍의 진리를 드러냄이로다.      佛紀 2564年 1月 1日 元旦   大韓佛敎曹溪宗 宗正 眞際 法遠    
2019-12-24 2,283
1704
불기2563(2019)년 기해년 동안거 종정예하 결제 법어
 己亥年 冬安居 宗正猊下 結制法語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子拄杖)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고,〕  眼中無瞖休挑括하고 鏡中無塵不用磨어다. 信足出門行大路에 橫按拄杖唱山歌로다. 唱山歌兮 여! 山是山 水是水로다   눈 가운데 티끌 없으니 긁으려 하지 말고 거울 가운데 먼지 없으니 닦으려 하지 말라. 발을 디뎌 문을 나가 큰 길을 행함에 주장자를 횡으로 메고 산 노래를 부름이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금일(今日)은 기해년 동안거 결제일이라. 산문(山門)을 잠그고 삼동결제(三冬結制)에 임하는 대중(大衆)들의 마음자세는 모든 반연(攀緣)과 갈등(葛藤)과 시비장단(是非長短)을 내려놓고 이번 결제기간 동안 반드시 화두(話頭)를 타파(打破)해서 대오견성 하겠다는 각오가 확고해야 함이라. 흉내만 내고 앉아 있는 반딧불 같은 신심(信心)으로는 이 광대무변(廣大無邊)한 부처님 진리의 세계에 도저히 갈 수가 없음이라. 해마다 반복되는 결제와 해제에 빠지지 않는 사부대중(四部大衆)이 가상(嘉尙)하기는 하지만 부처님 법을 배우는 목적은 자기사(自己事)를 밝히는 데 있다. 이번 결제동안 부지런히 정진해서 각자의 화두를 타파하여 확철대오(廓撤大悟)하게 되면 모든 부처님과 역대 조사(祖師)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그때는 이 사바세계(娑婆世界)가 그대로 불국토(佛國土)가 되고, 팔만사천 번뇌가 그대로 반야지혜(般若智慧)가 되는 것이다. 화두(話頭)가 있는 이는 각자의 화두를 챙기되, 화두가 없는 이는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 하고 이 화두를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밥을 먹으나 산책을 하나 일체처(一切處) 일체시( 一切時)에 화두를 챙기고 의심하여야 할 것이라. 중국 선종의 4대 조사(四代 祖師)이신 도신(道信) 선사 당시에 우두 법융(牛頭法融) 스님이 있었다. 우두 스님이 젊은 시절에 혼자서 정진(精進)을 하고 있노라면, 온갖 새들이 꽃을 물어 와서 공부하는 자리에는 항상 꽃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공양(供養) 때에는 천녀(天女)들이 공양을 지어 올렸다. 하루는 우두 스님이 도신 선사를 찾아뵙고 그간에 공부했던 것을 말씀드렸다. 도신 선사께서 그것을 들으시고는, "네가 그러한 삿된 소견(所見)을 가지고 어찌 불법(佛法)을 알았다고 할 수 있느냐?" 하시며 직하(直下)에 방망이를 내리셨다. 무릇, 세상 사람들이 볼 때에는 온갖 새가 꽃을 물어 나르고 천녀가 공양을 올렸으니 큰스님 중의 큰스님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불법의 근본진리를 아는 사람이 보건대는, 그것은 몇 푼어치 안 되는 살림살이이다. 우두 스님이 도신선사께 법 방망이를 맞고 분발(奮發)하여 다시 정진(精進)을 하니 새들이 꽃을 물어오지 않았고, 천녀들도 공양을 지어 올리지 않았다. 이렇듯 대적삼매(大寂三昧)를 수용하면 모든 성인(聖人)들도 그 사람을 보지 못하고, 천룡팔부(千龍八部)며 귀신·선신(善神)들은 더더욱 볼 수 없으며, 온갖 새와 짐승들은 말할 것도 없다. 광대무변한 진리의 심오한 세계는 스승 없이 혼자서는 다 알았다 할 수 없기에 반드시 먼저 깨달은 눈 밝은 선지식을 의지해서 점검받고 인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로다. 스승 없이, 점검을 받지 아니하고 알았다고 하는 사람이 요즈음도 부지기수(不知其數)인데, 그것은 다 외도(外道)의 소견(所見)에 집을 지어가지고 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무사자오(無師自悟)는 천마외도(天魔外道)다” 즉, 정법을 이은 선지식(善知識)으로부터 점검받은 바 없이 깨달았다 하는 자는 천마이고 외도일 뿐이라고 못을 박아놓으신 것이로다. 그 후 오랜 세월이 지나서 어느 스님이 남전(南泉) 선사께서 여쭙기를, "우두 스님에게 새들이 꽃을 물어다 바치고 천녀가 공양을 지어 올리는 것은 어떻습니까?"하니, 남전 선사께서는 "걸음걸음이 부처님의 계단을 올라간다." 라고 답하셨다. "도신 선사로부터 방망이를 맞은 후, 새들이 꽃을 물어오지 않고 천녀들도 공양을 올리지 아니한 때는 어떻습니까?" "설령 온갖 새들과 천녀가 오지 않는 다해도 나의 도(道)에 비하면 실 한 오라기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이와 같이 부처님 진리에도 깊고 얕은 세계가 있다. 그러니 여러 대중은 이러한 법문을 잘 새겨듣고서, 공부를 지어가다가 반짝 나타나는 하찮은 경계들을 가지고 살림으로 삼아 자칫 중도(中途)에 머무르게 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부처님의 정안(正眼)을 밝히는 데 근간(根幹)을 두고서 철저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산승(山僧)의 스승이신 향곡(香谷) 선사께서 우두 선사의 법문을 들어 산승에게 물으신 적이 있음이라. “우두 스님이 사조 선사를 친견하기 전에는 천동 천녀가 공양을 지어 올리고 백 가지 새들이 꽃을 물어다 바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고?” 이에 산승이 “삼삼(三三)은 구(九)입니다.”라고 답하였다. “그러면 우두 스님이 사조 선사를 친견한 후로는 천동 천녀들이 공양을 지어오지 않고 백 가지 새들이 꽃을 물어오지도 아니한 때는 어떻게 생각하는고?” 이에 산승이 “육육(六六)은 삼십육(三十六)입니다.”라고 답하였다. 필경(畢竟)에 일구(一句) 어떠한 것인고! 橫按拄杖不顧人하고 卽入千峰萬峰去로다. 주장자를 횡으로 메고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천 봉과 만 봉 속으로 들어감이라.       〔주장자(拄杖子)로 법상(法床)을 한 번 치고 하좌(下座)하시다.〕    
2019-11-07 3,049
1703
제217회 중앙종회 정기회
    불기2563(2019)년 11월 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재적의원 81명 중 77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17회 중앙종회 정기회를 개원했습니다.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은 " 이번 정기회는 내년 종단의 살림을 정하는 예산 종회인 동시에 종헌종법 개정안과 각종 인사에 대한 선출 동의안을 다룬다"며 "산적한 의제가 의원 스님 한분 한분 앞에 놓여있는 만큼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교구 및 사찰에서 충당되는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원칙을 세우고 사부대중과 국민들에게 한걸음 다가가기 위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종단 예산을 편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중앙종무기관 예산안에 대해 잘 살피고 지혜를 모아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습니다.
2019-11-05 2,513
1702
제36대 총무원장 원행스님 취임 1주년 기념식 및 자비나눔봉사
  불기2563(2019)년 10월 7일(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제 36대 총무원장 원행스님 취임 1주년 기념식이 진행됐습니다. 이날 총무원장스님은 "사부대중 한 사람 한 사람 원력이 모이면 위기를 희망으로 만들수 있다" 며 "한국 불교와 종단을 위한 일이면 어떤 길이라도 함께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여기 모인 한 분 한 분이 우리 종단의 소중한 자산이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모습이라 생각한다"며 "종단이 앞으로 목적 불사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만만치 않겠지만 여러분의 관심과 도움으로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과 호계원장 무상스님은 총무원장스님에게 "지난 1년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총무원장스님에게 고마운 말을 전하고 싶다"며 축하인사를 전했습니다. 기념식 이후 총무원장스님은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70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짜장면 공양을 대접했습니다. 이번 자비나눔은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총무원장스님의 생각에서 비롯됐습니다. 총무원장스님은 교역직스님들과 함께 어르신 한 분 한 분에게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시라는 격려와 함께 배식을 직접 챙기셨습니다.    
2019-10-07 3,515
1701
제216회 중앙종회 임시회
  불기2563(2019)년 9월 19일(목)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제216회 중앙종회 임시회'가 개원했습니다. 이번 임시회에는 재적의원 81명 중 74명이 참석했습니다. 또 중앙종회는 하루 전인 9월 18일에 입적하신 조계종 명예원로의원 활안스님을 추모하며 입정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 정치권과 법조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이득에 따라 한쪽을 강변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형국"이라며 "이럴 때 일수록 불교가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국민들의 고단한 삶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고 화합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불교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현재 종단은 안정 속에서 한국불교 미래를 준비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차근차근 수행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종단 불사 등 구체적 계획과 함께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대한 적극적 동참을 강조했습니다. 개회식에 이어 첫 안건으로 교육원장 선출의 건을 상정하고 진우스님을 만장일치로 선출했습니다. 진우스님은 백운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8년 보현사에서 사미계를 1998년 통도사에서 구족계를 수지했습니다. 신흥사, 용흥사, 백양사 주지와 재심호계위원, 총무원 사서실장, 호법부장, 총무원장 권한대행, 불교신문사장을 역임했습니다.      
2019-09-19 2,988
1700
불기2563년 종정예하 기해년 하안거 해제 법어
宗正猊下 己亥年 夏安居 解制 法語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拄杖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고,〕   佛祖場中不展戈어늘 後人剛地起詨訛라. 道泰不傳天子令이요 時淸休唱太平歌로다.   부처님과 조사가 계시는 곳에는 다툼이 없거늘 뒷 사람들이 공연히 옳고 그름을 논함이로다. 진리의 도가 넓어지면 천자의 영을 전할 것도 없음이요, 세상이 맑은 시절에는 태평가를 부를 필요조차 없음이로다.     금일은 어느 듯 석 달의 안거(安居)를 마치는 해제일이라. 세월의 흐름이란 주야(晝夜)가 따로 없고 춘하추동의 계절(季節)에 관계없이 쉼 없이 흐르고 있음이라. 생사(生死)도 이와 같이 신속(迅速)하니 안거가 끝났다고 해서 화두 (話頭)없이 행각(行脚)에 나서거나, 각 수행처소에서 나태(懶怠)하거나 방일(放逸)해서는 아니 될 것이라.   부처님의 진리(眞理)를 배우는 제자들은 먹는 것과 입는 것, 더운 것과 추운 것 등 주변 환경에 구애(拘礙)받지 말고 오직 부처님의 은혜 (恩惠)와 시주(施主)의 은혜를 마음속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 이로부터 신심(信心)과 발심(發心)이 생겨나고 여일(如一)한 정진을 할 수 있음이라.   이 공부는 요행(僥倖)으로 우연히 의심이 돈발(頓發)하고 일념(一念)이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간다고 저절로 신심과 발심이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항상 조석(朝夕)으로 부처님 전에 발원(發願)하면서 자신의 공부상태를 돌이켜보고 점검하여야 퇴굴(退屈)하지 않는 용맹심을 갖게 될 것이니 명심(銘心)하고 명심하여야 할 것이라.   수좌들이 찾아와서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습니까?” 하고 묻기만 할 뿐이지, 알려주면 따르지 않는 이가 대다수(大多數)이다. 편하고 쉽게 정진해서 견성성불(見性成佛)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높은 산을 오르고자 하면서 몸은 내리막길로 가고 있는 것’과 같음이라.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정진하고도 화두일념(話頭一念)이 지속되지 않고 득력(得力)을 하지 못하는지 각자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     화두(話頭)가 있는 이는 각자의 화두를 챙기되, 화두가 없는 이는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 하고 이 화두를 가나 오나, 앉으나 서나, 밥을 먹으나 산책을 하나 일체처(一切處) 일체시(一切時)에 화두를 챙기고 의심하기를 하루에도 천번 만번 하여 시냇물이 흐르듯이 끊어짐이 없도록 애를 쓰고 애를 써야 할 것이라.   중국의 당나라 시대에 조주고불((趙州古佛)이라는 대선지식(大善知識)이 계셨다. 조주선사께서는 10세미만의 나이로 출가하여 남전 선사께 인사를 올리니, 남전선사께서는 누워 계시던 채로 인사를 받으며 물으셨다.   "어디서 왔느냐?" "서상원(瑞像院)에서 왔습니다."   "서상원에서 왔을진대, 상서로운 상(像)을 보았느냐?" "상서로운 상은 보지 못했지만, 누워 계시는 부처님은 뵈었습니다." 남전 선사께서 누워 계시니 하는 말이다.   남전 선사께서 이 말에 놀라, 그제서야 일어나 앉으시며 다시 물으셨다. "네가 주인이 있는 사미(沙彌)냐, 주인이 없는 사미냐?" "주인이 있습니다."   "너의 주인이 누구인고?" "스님, 정월이 대단히 추우니 스님께서는 귀하신 법체(法體) 유의하시옵소서."   그대로 아이 도인이 한 분 오신 것이다. 남전 선사께서 기특하게 여겨, 원주를 불러 이르셨다. "이 아이를 깨끗한 방에 잘 모셔라."   부처님의 이 견성법(見性法)은 한 번 확철히 깨달을 것 같으면, 몸을 바꾸어 와도 결코 매(昧)하지 않고, 항상 밝아 그대로 생이지지(生而知之)이다. 이 사미승이 바로 조주(趙州) 스님인데, 이렇듯 도(道)를 깨달은 바 없이 10세 미만인데도 다 알았던 것이다.   조주 스님은 여기에서 남전(南泉) 선사의 제자가 되어 다년간 모시면서 부처님의 진안목(眞眼目)을 갖추어 남전 선사의 법(法)을 이었다.   조주 선사 회상(會上)에서, 한 수좌(首座)가 석 달 동안 공부를 잘 해오다가 해제일(解制日)에 이르러 하직인사를 드리니, 조주 선사께서 이르셨다. "부처 있는 곳에서도 머물지 말고 부처 없는 곳에서도 급히 달아나라. 만약 삼천 리 밖에서 사람을 만나거든 그릇 들어 말하지 말라." 이에 그 수좌가, "스님, 그렇다면 가지 않겠습니다." 하니, 조주 선사께서는 "버들잎을 따고, 버들잎을 딴다.〔摘楊花摘楊花〕" 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가지 않겠습니다." 하는데 어째서 "버들잎을 따고, 버들잎을 딴다."고 하는가? 이러한 법문은 알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어서, 만일 누구라도 각고정진(刻苦精進)하여 이 법문의 뜻을 알아낸다면, 백천삼매(百千三昧)와 무량묘의(無量妙意)를 한꺼번에 다 알아서 하늘과 땅에 홀로 걸음하리라.   조주 선사의 '摘楊花摘楊花(적양화적양화)'를 알겠는가? 千里烏騅追不得(천리오추추부득)이라 천 리를 달리는 오추마라도 따라잡기 어렵느니라.     약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만공(滿空)선사라는 도인스님이 계셨는데, 수십 명 대중에게 항시 바른 수행을 지도하고 계셨음이라.   하루는 몇몇 수좌들과 마루에 앉아 한담(閑談)을 하고 있는 차제(此際)에 처마 끝에 새가 푸우울 날아가니 만공선사께서 물으셨다.   “저 새가 하루에 몇 리나 날아가는고?”   이 물음에 다른 수좌들은 답이 없었는데 보월(寶月)선사가 일어나 다음과 같이 명답을 했다. “촌보(寸步)도 처마를 여의지 아니했습니다.”   훗날 만공선사께서 열반에 드시니 산중회의에서 고봉(高峯)선사를 진리의 지도자인 조실(祖室)로 모시기로 하였다. 어느 결제일이 도래하여 대중이 고봉선사께 법문을 청하니, 고봉선사가 법문을 위해 일어나서 법상에 오르려 하였다. 바로 그때 금오(金烏)선사가 뒤를 따라가서 고봉선사의 장삼자락을 잡으면서 말했다.   “선사님, 법상에 오르기 전에 한 말씀 이르고 오르십시오.” “장삼자락 놔라!”   고봉선사가 이렇게 말하니, 금오선사가 재차 물었다.   “한 말씀 이르고 오르십시오.” “장삼자락 놔라!”   그 후로 40년 세월이 흘러 하루는 산승의 스승이신 향곡선사께서 산승에게 이 대문을 들어서 물으셨다.   “네가 만약 당시에 고봉선사였다면 금오선사가 장삼자락을 붙잡고 한 마디 이르고 오르라 할 때에 뭐라고 한 마디 하려는고?”   향곡선사의 물음이 떨어지자마자 산승은 벽력같이 ‘할(喝)’을 했다.   “억!” 하고 할을 하니, 향곡선사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만약 그렇게 할을 한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눈을 다 멀게 하여가리라.” 할이 틀렸다는 말이다. 향곡선사의 이 같은 말씀에 산승이 바로 말씀 드렸다. “소승(小僧)의 허물입니다.”   그러자 향곡선사께서 멋지게 회향하셨다. “노승(老僧)의 허물이니라.” 자고(自古)로 법담(法談)은 이렇게 나가야 된다.   장삼자락을 붙잡고 ‘이르라’ 할 때에는 한 마디 척 해야 되는데, 산승이 즉시 ‘할’을 한 것은 묻는 상대의 안목(眼目)을 한 번 흔들어 놓는 것이다. 즉 묻는 사람이 알고 묻느냐 알지 못하고 묻느냐, 상대의 안목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그러자 향곡선사께서는 바로 낙처(落處)를 아시고는 ‘네가 만약 그렇게 후학을 지도한다면 앞으로 만 사람의 눈을 멀게 하여간다’고 바르게 점검하신 것이다.   이렇게 흑백을 척척 가릴 수 있어야 선지식이 되고 만 사람의 바른 지도자가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눈이 없다면 태산(太山)이 가리고 있어서 선지식 노릇을 할 수 없는 법이다.   향곡선사의 말씀에 산승이 ‘소승의 허물입니다.’ 하고 바로 잘못을 거두니, 향곡선사께서도 ‘노승의 허물이니라.’ 하고 바로 거두셨으니, 이 얼마나 멋지게 주고받은 진리의 문답인가! 이처럼 남방의 불법과 북방의 불법의 심천(深淺)이 크게 있는 것이라.   시회대중(時會大衆)이여! 이 대문(大文)을 바로 보시오!       [주장자(拄杖子)로 법상(法床)을 한 번 치고 하좌(下座)하시다.]                                      
2019-08-14 3,223
1699
제215회 중앙종회 임시회
    불기2563(2019)년 6월 25일(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제215회 중앙종회 임시회가 개원되었습니다.     종회의장 범해스님은 개회사를 통해 "정부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면서 사찰 소유의 땅을 마치 자신의 땅을 무료로 개방한듯 국민에게 알렸다"면서 "정부는 이제 헌법에 명문화하고 있는 정당한 보상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번 문화재위원 위촉에 있어 일부 분과에서 스님을 배제한 것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정부는 그동안 전통사찰의 가치를 국립공원 정책에 반영하지 않고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국민의 불편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방치해와 그로 인한 비난과 지탄은 오롯이 불교가 감내해야 했다"며 "정부가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조속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각종 정부 위원회에 대한 불교 인사 배제 등 정부의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중앙종회는 이날 안건 논의에 앞서 지난 11일에 갑작스럽게 입적하신 중앙종회의원 종민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입정을 진행했습니다.          
2019-06-25 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