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세상, 함께 하겠다”…혹한 녹인 첫걸음 조계종, 새해 첫 자비나눔으로 광화문 광장 찾아

 

이경민 기자 사진=신재호 기자     승인 2017.01.24 17:20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1월24일 자비나눔 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광화문역 해치마당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농성장을 찾았다.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해 중앙종무기관 스님들은 공동행동 참가 단체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앞서 농성장 한켠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누구도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를 기조로 세운 종단의 새해 첫 걸음이 장애인 차별 반대를 외치며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광화문 농성장을 향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오늘(1월24일) 서울 광화문역 해치마당을 찾아 장애인, 노숙자 등 복지사각 지대에 놓인 사회 약자들을 가까이서 만났다.

총무원장 스님이 올 해 첫 자비나눔 방문지로 택한 곳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1616일째 농성중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농성장. 총무원장 스님은 먼저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지하역사 한켠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로 인해 장애와 빈곤으로 목숨을 잃은 영정 앞에 섰다. 

총무원장 스님은 발원문을 통해 “신체의 장애와 가난이 인간의 존엄과 소중한 삶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며 “평등한 삶을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삶의 극단으로 내몰리는 안타까운 일은 우리 사회, 우리 모두의 아픔임을 알아야 한다”고 애도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총무원장 자승스님.

이어 총무원장 스님은 농성장 안으로 자리를 옮겨 추운 날씨 속에서 자신을 기다려준 빈곤, 장애인, 노숙자 단체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총무원장 스님은 “길고도 외로운 투쟁에 종단 또한 함께 하겠다”며 “장애와 빈곤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겠다”고 격려했다.

총무원장 스님의 따뜻한 격려에 1616일째 얼어붙었던 이들의 마음도 녹았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비빌 언덕’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박김영희 대표는 “고단한 처지를 불교계에서 알아주고 들어준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며 “종교계에서 사실상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외부적으로 선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한국 불교에서 가장 큰 종단인 조계종이 힘이 돼주겠다고 먼저 선언하고 나서줘 고맙다”고 했다.

공동행동에 참여하는 각 단체 대표들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종단의 관심을 무엇보다 반겼다. 김남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는 “발달장애 아동은 결코 가족의 보살핌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다”며 “그러나 ‘부양의무제’로 인해 여전히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장애 가족이 많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조계종 사회노동위에서 그동안 송파세모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나서줘 법 제정은 됐지만 아직도 현실적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열리지 않았다”며 “원장스님께서 ‘차별금지법’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신 것처럼 ‘부양의무제’ 폐지를 첫 번째 해결 과제로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한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됐다. 지난 2012년 8월부터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광화문지하역사에서 농성중이다. '장애등급제'는 장애 정도를 1~6등급으로 나눠 복지 혜택을 차별화하는 제도다. '부양의무제'는 수급대상자의 직계 가족, 즉 부모나 자녀에게 재산이 있으면 그들에게 부양의무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일례로 부모가 부양의무자로 있으면 장애인 자녀가 성인이 돼도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불교신문3269호/2017년1월28일자]

단체에 지원금을 전달하는 총무원장 자승스님.

이경민 기자 사진=신재호 기자  kylee@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