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활
 
스님들이 기거하는 곳인 사찰은 정사(精舍), 가람(伽藍), 아란야, 도량(道場) 등의 다양한 말로도 불리우고 인도에서는 수행자들이 사는 곳을 비하라[精舍], 차이티야[支提], 승가람[伽藍], 아란야[阿蘭若] 등 4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수행의 형태에 따라 선원(禪院)·율원(律院)·강원(講院)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스님들이 수행과 정진을 위해 기거하는 곳인 만큼 사찰에서의 생활 역시 수행과정의 일부이다. 사찰에서는 공동생활이 이루어지므로, 서로의 수행과 정진을 방해하지 않고 공동생활이 잘 영위되도록 일종의 역할과 기능을 사찰의 구성원인 스님들이 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소임(所任)이라고 하는데, 그 소임을 맡은 스님의 이름을 적어놓은 적은 방을 선원의 큰 방에 붙여놓았는데 이것을 용상방(龍象榜)이라고 한다.
 
 
용상방은 중국 당나라 때 백장선사(百丈禪師)가 총림을 개설하면서 그 운영과 통솔을 위해서 각종 직무를 정한 것이 시초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선종의 전래와 함께 채택되었다. 용상방에는 총림에서의 정신적인 최고 어른 스님인 방장(方丈), 방장이 유고시에 방장의 임무를 다하는 부방장, 총림이 아닌 일반 큰 사찰에서 정신적인 최고 어른 스님인 조실(祖室), 선원의 행정적, 수행적 전반을 관장하는 선원장(禪院長), 선원에서 덕망이 높은 스님인 선덕(禪德), 대중을 지도, 감독하는 스님 또는 선원에서 기강을 담당하는 직책을 맡는 유나(維那), 법을 세워서 대중을 통솔하는 입승(入繩), 대중을 살피는 소임인 찰중(察衆), 스님들의 모범이 되는 수좌(首座), 행적적인 면에서 사찰의 모든 운영을 관장하는 주지(住持), 의식을 집전하는 법주(法主) 혹은 병법(秉法), 마실 차나 과일을 준비하는 다각(茶角), 재식을 올린 음식을 거두어 명부사자와 잡귀 및 금수가 먹도록 헌식대에 가져다 놓는 소임인 헌식(獻食), 사찰의 살림살이와 전반을 담당하는 스님인 원주(院主), 운주를 시중들며 대중의 음식, 좌구나 침구 등을 담당하는 별좌(別座), 절에 오고가는 손님의 접대와 응답을 맡은 지객(知客), 농사를 감독하는 농감(農監), 채전을 경작하고 채소를 제공하는 원두(園頭), 사찰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산을 관리·감독하는 소임인 산감(山監), 곡식을 맡아 출납하는 미두(米豆), 밥을 짓는 공양주(供養主), 반찬 만드는 채공(菜供), 국을 끊이는 갱두(羹頭), 해우소를 청소하는 정두(淨頭), 나무하고 불 지피는 부목(負木), 불을 관장하는 명등(明燈) 등 역할과 기능이 굉장히 분화되어 있어 맡은 바 역할과 기능을 다할 때 사찰의 정상적인 공동생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용상방과 더불어 이와 더불어 중국의 백장선사기 8세기에 저술한 '청규(淸規)' 역시 사찰의 생활에서 중요한 생활규칙을 서술한 책이다. 선을 수행하는 선승들의 모임, 총림을 의미하는 ‘청정대해중(淸淨大海衆)’의 ‘청’과 수행자가 지켜야할 규칙,‘규구준승(規矩準繩)’의 ‘규’자가 합쳐서 이루어진 용어로 지켜야 할 법과 지키는 사람이란 뜻이다. 선종교단이 점차 집단화된 총림의 체계로 발전하면서 스스로의 조직과 수행에 필요한 규칙들이 성문화된 수행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규'는 일찍이 산실되면서 중국 북송대 양억(楊億)이 정리한 '선문규식(禪門規式)'과 종색스님이 편찬한 '선원청규(禪院淸規)'(1102∼1106년)는 선종 총림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규칙을 세밀하게 분류해 놓아 우리나라와 일본에 선종에 큰 영향을 끼쳤다.